[기수정의 여행 in] 흙으로 예술 빚는 이천도자예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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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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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유일 도자 특구...유네스코 공예·민속에술 창의도시로 세계적 입지 높여

  • 40만㎡ 예술인 마을엔 공방 300곳 둥지...물레 장인에 배우는 도자기 체험도

이천도자예술마을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하루 확진자 수 2000명 안팎.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불볕더위보다도 삶을 옥죄는 이 숫자들에 가슴이 답답하다. 모임도, 여행도 언제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년 반 넘는 시간을 규제 속에 살아가다 보니 삶이 퍽 무료해졌다. 아이의 여름방학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데, 아이와 함께 근교 나들이조차 나서본 적이 없어 괜히 콧등이 시리다. "엄마, 나도 여행 가고 싶어요." 자칭 '집순이'라 자신했던 딸아이도 수개월 집 안에서 생활하는 게 답답했던지 여행을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다. 어른도 이토록 답답한데, 한참 뛰어놀아야 할 아이의 심정은 오죽할까. 간단히 짐을 챙겨 경기 이천으로 향했다. 모처럼 바람도 쐬고, 아이의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한 나들이 코스다.
 

이천도자예술마을에서는 명장들의 물레시범을 구경하거나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천이 도자기의 고장이 된 이유는?

이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도자기'다. 

약 4000년 전, 이천에서는 대규모 지석묘(支石墓·고인돌)가 축조되고 무문토기가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이후에도 도자기가 꾸준히 제작됐다. 과거 자원과 물자가 풍부하고, 한양과 가까워 실력이 뛰어난 도공(陶工)들이 터를 잡았고, 그 덕에 조선시대 백자 생산지로 이름을 떨쳤다. 

16세기 초 행정관청 기록을 살펴보면, '도기(陶器)'는 이천 특산품으로 유명했다. 그 기록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천 곳곳에는 지금도 조선시대 도자기를 생산했던 가마터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천에는 국내 공예(도자)업체의 70%가 밀집해 있다. 국내 유일의 도자 특구 이천은 예스파크와 이천 세라피아 등이 조성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공예 도시로 우뚝 섰다. 국내 최대 도자공예 시설을 인정받은 이천은 2010년 유네스코로부터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창의 도시로 지정받았고, 2016년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부의장 도시 선정에 이어 2018년에는 의장 도시로 선출되는 등 세계적 인지도와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이 같은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천시에는 대한민국 도자기 명장 8명, 이천 도자기 명장 18명 등 총 23명(중복 3명)이 활동 중이고, 이천시 관내에는 총 500여곳의 도예 공방이 모여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천시는 국내 유일의 도자산업 특구로 지정돼 매년 이천도자기축제를 진행해 왔으며, 격년으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 도자 관련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부터 일시 중단했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전경

◆도예의 멋을 탐하다··· 이천 도자예술마을

이천에는 도자예술마을이 있다. 이름하여 예스파크(藝’s Park)다. 과연 도자기의 고장답다. 다양한 예술과 기술이 모여 만든 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로부터 창의도시 '공예와 민속 예술' 분야로 선정됐다. 이천시는 2018년 도자예술 특구를 조성한 후 이곳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를 개관했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는 40만6600㎡(약 12만3000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인 마을로, 회랑마을·가마마을·별마을·사부작마을 등 4개의 주제 마을과 카페거리, 야외 대공연장 등이 있다. 예술인 마을답게 공예 공방 300여곳, 작가 500여명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도자기를 중심으로 유리, 옻칠, 섬유공예, 목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각기 다른 공방에서 수준 높은 창작품을 선보인다. 

예스파크는 온종일 돌아다녀도 마을 전체를 모두 살피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그럴 땐 마을 입구 로터리를 지나 식당가에 있는 전기 이륜차, 전동 킥보드 대여소에서 마음에 드는 이동수단을 빌려 곳곳을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방에서는 공예품 제작과 전시 판매, 체험은 물론 연중 수시로 열리는 마을 행사와 플리마켓, 버스킹 공연, 예술인 기획 전시 등 다양한 예술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가들의 개성만큼 색다른 건축물이 수두룩하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끌리는 대로 들어가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방에서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도자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독특한 건축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통기타 모양의 세라 기타 문화관도 들러보면 좋다. 이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명소가 됐다. 마을 끝자락의 카페거리는 갤러리가 문을 닫은 후에도 마을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운치 있고 평화롭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마을 전체를 단숨에 둘러보기는 어렵다. 그럴 땐 이천도자예술마을 입구 관광안내소에서 지도와 공방 정보 등이 수록된 안내서를 얻어 먼저 살펴보고, 안내 직원에게서 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마을 나들이에 나서면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안에는 300여곳에 달하는 공방이 모여 있다. 

◆눈길 끌고 마음 뺏고··· 마을 안 공방들

이천도자예술마을 안에 있는 공방들은 개성이 넘친다. 공방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 잠든 감성을 살며시 깨운다. 

박성명 작가가 1998년까지 홍대에서 녹색공방을 운영하다가 2001년 이천으로 공방을 이전한 후 문을 연 공방 '토즈스토'도 2015년 이천도자예술마을에 자리 잡았다. 도자기 인형을 비롯해 인테리어(실내장식) 소품을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 다양하다. 6세 이상이면 가능해 가족 단위 체험에 적합하다.

나만의 오르골을 만들 수 있는 '오르골 카페'도 있다. 2020 고객 중심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받은 이곳 카페의 정식 이름은 오르골 하우스다. 크고 작은 오르골 수십개가 진열된 모습에 아이도, 부모도 환호성을 내지른다. 수동형과 태엽형을 고르고, 멜로디까지 취향에 맞게 선택한 후 완성된 오르골. 이 오르골에서 울려퍼지는 맑은 음색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두 손에 들린 오르골이 들려주는 멜로디가 마치 '희망의 울림'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1998년부터 대형 도자작품, 도자 소품, 도자 장신구 등 소품을 생산·판매해온 '길상요'에서는 도자기 체험을 주로 할 수 있다. 30년 경력의 물레 장인에게 배우는 도자기 제작 원리는 꽤 유익하다. 

플럭스에서는 온종일 활활 타오르는 유리 가마를 마주하게 된다. 쇠파이프에 녹은 유리를 묻혀 반대편 구멍을 입으로 불어 병이나 잔을 만드는 블로잉 체험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유리잔에 여러 무늬의 테이프를 붙인 후 잔에 강한 바람으로 모래를 분사하고 테이프를 떼어내서 무늬를 만드는 샌딩(Sanding) 체험도 있다. 유리 막대를 램프에 달궈 녹인 부위를 아름답게 꾸며 스틱이나 도구로 사용하는 체험도 인기 만점이다. 

이천에서 보낸 하루에 편견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흙의 감촉을 오롯이 느끼며 어설프지만 나만의 작품을 만든 그 체험은 무척 소중한 경험이 됐다. ​그저 '거쳐 가는' 고장인 줄만 알았던 이천, 그곳에서 보낸 하루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이천도자예술마을에는 공방 300여곳이 모여 있다. 

공방마다 실용 자기와 예술 작품이 다양하다.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도자기 구경이나 쇼핑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안에는 300여곳에 달하는 공방이 모여 있다.

이천도자예술마을의 공방[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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