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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8-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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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강화 기간 동안 방역 위반 사례 1만건 넘어

  • 시민 제보로 시작되는 방역 단속... 대상·방법도 다양해

  • 관련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감안하고 영업하기도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약 한 달 동안 방역 수칙 위반 사례가 1만건을 넘어섰다. 위반 사례 중에는 시민 제보로 시작된 현장 검거도 있다. 시민 제보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처벌은 제보한 시민들이 허탈감을 느낄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발치는 방역 수칙 위반 제보... 방법·대상도 다양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방역 수칙을 어긴 채 밤늦게까지 영업하던 충남 천안의 한 유흥업소가 경찰과 행정기관 합동단속에 적발됐다. [사진=연합뉴스]
 

4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 중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수칙을 점검한 결과 위반 사례 1만1210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주요 사례는 노래연습장, 식당·카페 등에서 적발된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오후 10시 이후 영업 금지 등이다. 학원, 목욕탕, 종교시설, 실내체육시설에서는 마스크 미착용, 출입명부 미작성, 종사자 증상 미확인 등이 적발됐다.

단속반 관계자는 점검단 운영 시 현장 순찰로 적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보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민 제보는 최근 방역 당국이 방역 수칙 위반 업소를 적발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장 점검 중에 (방역 수칙 위반) 제보가 들어오면 그곳으로 곧바로 가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점검단이 활동 중이라면 당일에도 바로 제보를 받은 현장으로 나간다. 지자체에도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을 잠그고 비밀 영업을 해온 유흥시설 업자도 제보로 붙잡혔다. 서울 종로구 보건소는 지난 27일 유흥업소 영업 사실을 제보받아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한 업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 22일 안양에서 일부 유흥업소가 영업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직원 2명, 외국인 여성 접객원 2명, 손님 3명 등 총 7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붙잡았다.

시민 제보는 유흥주점 관련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논란이 된 전남 해남군 한 사찰의 승려 7명과 사찰 내 숙박시설 업주 1명 등 총 8명이 모여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례는 한 시민의 신고로 시작됐다. 인천 A 은행 직원 10여명이 단체 회식을 한 현장을 적발한 단속반 역시 시민 제보로 움직였다.

제보 방법은 다양하다. 지난 6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한 허인환 인천 동구청장은 한 구민이 찍은 동영상 제보로 덜미를 잡혔다. 최근 강원도 강릉의 한 호텔이 진행한 풀 파티 현장은 호텔 측이 홍보를 위해 올린 SNS 게시글을 확인한 누리꾼들이 시청에 직접 제보했다.

방역 수칙을 반복적으로 무시해 신고한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대구 달서구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 중인 외국인 업주 A씨는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지 않고 집합금지 인원을 초과한 모임을 열어 과태료 300만원 부과와 함께 열흘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초 ‘A씨가 주말마다 매주 생일파티를 한다’는 제보를 받은 행정기관은 현장을 적발해 A씨에게 영업시간 제한 위반 혐의로 과태료 150만원 처분을 내렸다.

방역 수칙 위반 단속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대한 지도‧단속을 지속해서 병행 실시해, 도민의 생활 안전과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 및 차단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가 발견될 시, 특별사법경찰과 또는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감염병예방법상 정해진 방역수칙을 위반하여 불법적으로 영업한 혐의를 적용하여 운영자, 이용자에 대해 일단 철저히 조사한 후 강력한 행정처분(조치명령)과 함께 수사 의뢰 또는 고발에 나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시민 제보에 단속은 나서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당국은 방역 수칙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방역 준수를 강조했지만, 여전히 시민 제보는 끊이지 않는 중이다. 또한 관련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 시행해 방역 수칙 위반업소에 대해 경고 없이 곧바로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업주만 해당됐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을 손님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방역 점검을 한 업소 100개당 적발 건수는 7월 8일 8.5개소에서 13일 1.5개소, 20일 1.1개소, 27일 0.4개소로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 4월 1.25%에 그쳤던 행정 처분 비중도 이번 특별점검에서 8.7%로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방역 위반 업소는 계도 수준에서 처분이 끝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가 발표한 방역 점검 결과 고발은 방역 수칙 안내와 계도 조치가 9884건으로 대부분이었다. 그 외 고발 14건, 영업정지 27건, 과태료 부과 73건 등이다.

일부 업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각오하고 대규모 수입을 챙길 수 있는 유흥업소를 버젓이 운영했다. 유흥시설 영업이 전면 금지된 수도권에서는 호텔을 이용하거나 간판 불을 끄고, 이중문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변칙 운영 방법이 등장했다. 이에 경찰은 이번 집중 단속 대상에 방역 지침 위반으로 영업 중지를 이미 받았음에도 재영업하는 업소를 포함하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는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리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지자체에서 위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한 처분을 내리는 데는 다소 소극적인 경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대해 관련해서 질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지역 사례 중 애매하거나 경미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명백하게 방역 수칙을 위반했는데 처벌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무총리실 ‘부패예방 추진단’은 처벌 미흡 지자체에 대해 안내‧계도하고,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고의적, 반복적으로 방역수칙 위반하는 경우 구상권 청구를 권고하고 법적 지원할 계획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방역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될 경우, 고위험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등 지역 여건에 맞는 현장의 방역 강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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