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1년] 전문가들 "조삼모사…갱신 이후 세입자 높은 가격으로 계약할 것"

윤주혜, 신동근 기자입력 : 2021-07-28 16:00
재계약률 자랑한 정부…비싼 가격에 오래살면 무슨 소용 공공임대 낮은 상황에서 단순히 선진국 따라가는 정책 펼쳐 현실성 결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광진구 아파트 모습.[아주경제DB]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오히려 세입자 주거 환경을 퇴행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셋값의 급격한 인상은 물론이고 거주 이동의 자유도 제한됐으며,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분쟁만 늘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8일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이 발효된 이후 전셋값이 상승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을 왜 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로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놨는데 서민들이 더 고통받는 정책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정부는 세입자들이 갱신 등을 통해 거주지에 오래 산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비싸게 오래 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폭등하며 시장에 엄청난 왜곡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며 "같은 단지 같은 면적대에서 갱신과 신규계약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른바 '이중가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지난 1년간 서울 지역 전셋값 상승률이 16% 정도인데, 갱신계약을 제외한 신규계약의 경우 가격 상승률은 40~50% 정도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무리한 법 집행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임대차법은 민간임대 의존도가 낮아야 가능한 정책인데, 지금 한국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이 선진국 사례와 비교하면 월등히 낮은 편"이라며 "시장에서 받아들을 준비가 안 됐는데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가는 정책을 펼치려다 역효과가 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번 갱신된 물량이 나오는 내년에 이중가격 자체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중가격 중 금액이 높은 쪽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차법의 효과로 계약 갱신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조삼모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년 뒤 오른 시세대로 다시 신규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도 "임차인들 입장에서 계약 갱신으로 2년의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결국 갱신이 끝나면 오른 가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교수는 "갱신이 끝난 시점에서 결국 현재 이중가격 중 높은 가격으로 '가격 키 맞추기'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차법 이후 줄어든 전세 물량이 월세 전환 등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임대차법으로 인해 갱신 물량이 늘어 시장에 나오는 물량 자체가 줄었다"면서 "보유세 등 비용부담으로 인해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 더욱 귀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오른 전셋값이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며, 공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정 소장은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여건이 없다"며 "가격 변동성이나 수급 변동성을 만회할 만한 매물 전환방안이나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방안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현재 전세시장 문제점이 자연스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황수 교수도 "전세 세입자들은 모두 다 실수요자"라며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전세 물량이 공급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구체적인 공급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입주 시 의무거주기간을 완화하거나 임대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최근 3기 신도시 청약을 위해서 해당 지역에 2년을 살도록 하는 부분을 없애는 것도 전세 안정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를 없애고 시장논리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진형 교수는 "앞선 임대차보호법으로 환원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국가에서 임대료까지 정해주지는 못할 것 아니냐"면서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아닌 시장경제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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