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㊴] 기능성 깔창의 세계...“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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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7-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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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화 만들던 아버지 가업 이어 스타트업 변신

  • 개인별 커스트마이징으로 기능성 깔창 제작·판매

  • 연 매출 20억..."국내 넘어 글로벌 시장 확장"

스타트업은 앱 개발 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주류 시장에서 관심받지 못하는 분야라도 유의미한 수익을 내면서 꾸준하게 성장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모두가 패션에 집중할 때 옷도, 신발도 아닌 기능성 ‘깔창’에 주목해 창업에 뛰어든 ‘나인투식스’ 기희경 대표가 그중 하나다. 수제화를 만들었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은 뒤, 미국 기업의 풋스캐너 기술을 도입해 개인별 커스트마이징 기능성 깔창 시장을 열고 있는 기 대표를 광화문 오피스에서 만났다.
 
수제화에서 기능성 깔창으로
-간단히 회사 소개를 해달라.
“풋스캐너로 10초 안에 고객의 발을 분석해 기능성 깔창을 매칭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객 접점을 형성 중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등 오프라인 매장 5곳이 있고, 단독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2017년 법인을 설립해 지난해 기준 매출 20억원을 기록했다.”


-창업 아이템이 독특하다. 왜 기능성 깔창을 선택했나.
“아버지가 수제화를 직접 만들어서 일본에 수출하는 일을 하셨다. 신발에 대한 일을 하다 보니 발에 대한 구조, 신발에 대한 이해가 좋으셨다. 제가 가업을 물려받아 수제화 사업을 하길 바라셨는데, 수제화 분야는 계속 발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기능성 제품 자체는 좋은데 신발을 만들어 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첫 번째 프로젝트로 깔창을 선택했다. 해외 동향을 봐도 깔창을 매칭하는 서비스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능성 깔창 시장이 크진 않지만,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깔창 하면 키높이가 떠오른다.
“키높이는 외적인 모습을 위한 제품이라 기능성 깔창과 상관이 없다. 기능성 제품이 두께가 있어 키높이가 될 수는 있지만, 주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소재와 발 착용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치, 압력, 발사이즈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저희 제품은 승무원, 호텔리어, 영업직 등 주로 서비스업 직군의 고객이 많이 찾는다. 직업 특성상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선택하기 어려운데, 정해진 신발을 신더라도 기능성 깔창을 사용하면 발 피로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요즘에는 플랫슈즈, 하이힐에도 기능성 깔창을 사용하다보니 대중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능성 깔창을 사용하면 피로도가 낮은 이유가 무엇인가.
“소재에 차이가 있다. 발은 정말 민감하다. 모래 한 알만 들어가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나. 보통 나이키, 아디다스 신발은 깔창에 좋은 소재를 써서 만들기 쉽지 않다. 소재를 다양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이 아니라 대다수 고객에게 맞춰야 해서 최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본적인 폼만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이키, 아디다스 신발을 신는 분들이 우리 제품을 많이 구매한다.”


-깔창의 핵심은 소재인 건가.
“소재가 가장 중요하다. 하중에 따라 발에 가해지는 압력점은 모두 다르다. 대부분 자신이 잘 걸어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검사해보면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단순히 발 건강에 좋다고 해서 기능성 깔창을 쓰라고 하면 대부분은 관심을 두지 않을 거다. 그래서 우리는 10초 안에 발을 체크를 할 수 있는 풋스캐너를 활용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풋스캐너는 미국 뉴저지의 ‘에이트렉스(Aetrex)’사와 협업해 사용 중이다. 자신의 발 상태를 검사한 분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기능성 깔창에도 관심을 갖는다.”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기 대표는 20대 창업자로 MZ세대의 선봉에 서 있지만, 대표에 자리에 있다 보니 조직 관리와 직원들 간의 소통을 고민한다. 그는 "단기적 목표는 직원들이 즐거운 회사를 만들고, 괴리 없는 소통을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사진=나인투식스)]

가격 경쟁력 내세워 헬스케어 제품으로
-가격이 궁금하다.
“커스터마이징 정도가 고도화할수록 발에 잘 맞는다. 다만, 1:1 매칭으로 기능성 깔창을 구매하려면 최소 35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나인투식스는 '워킹마스터' 기능성 깔창을 1만~9만9999원에 판매한다. 타사 기능성 제품은 발 석고를 떠서 공장에 보내고, 제작해서 다시 고객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이라 비쌀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너무 느리고, 대중적이지 못한 시스템이다. 우리는 고객들의 발 데이터와 동양인 발 구조를 바탕으로 18개 패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144개 패턴을 제공했지만, 3년 정도 데이터를 쌓다 보니 고객들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패턴을 추려 효율화했다.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에 기능성 깔창을 공급할 수 있는 이유다.”


-깔창만 판매하는 건가.
“신발도 같이 판매 중이다. 30·40 세대 여성 고객이 많아 기능성 플랫슈즈를 출시한 적이 있는데, 생산이 너무 어려워 잠정 중단했다. 제작 과정을 보완해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발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과 접점을 재미있게 형성할 수 있는 수단이 깔창이다. 고객 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걸음걸이 교정이나 헬스케어 용품과의 콜라보레이션도 가능하다. 향후에는 깔창을 넘어 다양한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편한 신발을 사야겠다”고 생각하지 “깔창을 바꿔야지”라는 생각은 잘 못 한다. 깔창에 대한 인지도나 인식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깔창 대신 ‘스텝웨어’라는 표현을 쓴다. 걸음걸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착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깔창 시장은 몇 천원짜리 제품을 다 포함해 국내 17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아시아 권역으로 넘어가면 6조원이 넘는다. 이 중 일본이 차지하는 시장이 가장 큰데, 아시아 전체 시장의 50% 이상이다. 일본인들은 깔창을 전문가, 장인이 만드는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경외심을 갖기도 한다. 단순히 신발의 부속품이 아니라 헬스케어로 접근한다는 면에서 한국과 다르다. 우리도 제 가격에 제품을 샀을 때 고객들이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기능성 깔창을 브랜딩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어디에 활용할 계획인가.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단기적으로 매출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오프라인 접점은 꼭 있어야 한다.

벤치마킹하는 회사 중 미국의 ‘올버즈’가 있다. 한국시장에 진출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다. 그만큼 한국은 까다로운 시장이다. 특히, 발과 관련한 고객들의 요구가 외국에 비해 엄격하다. 우리는 한국 고객들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으니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 지난해부터는 일본에 수출하고 있고, 매출도 괜찮았다. 상반기에도 돈키호테라는 드러그스토어에 100만 개 납품 계약을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하반기로 미뤄졌다. 일본의 이토츠상사를 포함해 나이키, 아디다스, ABC마트 등과 접점을 형성해 하루 빨리 글로벌로 나가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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