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땀에 젖은 여왕의 왕관, 캐디는 노동 계층?

이동훈 기자입력 : 2021-07-18 00:00
KLPGA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서 생긴 격차

캐디 텐트(왼쪽)와 이동형 에어컨이 설치된 텐트(오른쪽)[사진=익명의 제보자 제공]


프랑스 혁명의 이념은 자유(Liberté), 평등(égalité), 연대(fraternité)다.

그들이 울부짖은 이유는 왕족과 서민 사이의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배고픔에 빵을 달라고 했고, 왕족들은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며 웃었다.

자유는 그렇다 쳐도 평등하지 않았고, 함께 살아가려는 연대가 없었다.

결국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기요틴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피로 물든 왕관인 셈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는 왕관이 땀에 젖게 생겼다.

평등과 연대 없는 격차 속에서다.

출전한 선수들은 무더위에 얼음팩을 머리에 이고, 부채질하며 태양을 피했다. 선수들의 사진이 한 카테고리에 몰릴 정도로 쟁점이 됐다.

이러한 날씨 속에서 주식회사 뉴트리와 대행사(와우매니지먼트그룹)는 외부에 설치된 몽골 텐트에 이동형 에어컨을 설치했다.

대행사와 인력 업체 직원들이 근무하는 검역소, KLPGA 투어 직원들이 상주하는 1번 홀과 10번 홀 스타트, 야외 취재구역 등에다.

하지만 캐디들이 쉬는 장소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격차가 느껴졌다. 대회 조직위가 캐디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무더위 속 몽골 텐트는 한 면이 뚫려 있지만, 비닐하우스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에 캐디들은 텐트가 아닌, 처마 밑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피했다.

결국 몇몇 캐디에게 열사병 현상이 발생했고, 한 캐디는 대회 중 백을 내려놓고 말았다.

새로 시작하는 이 대회에서는 초대 여왕이 탄생한다. 대회 조직위가 준비한 콘셉처럼 여왕은 왕관을 쓰고, 망토를 두르고, 여왕의 지팡이를 쥔다. 그리고는 거대한 왕좌에 앉는다.

그야말로 성대한 대관식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체감온도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편히 쉴 수 없었던 캐디들이 있었다.

한 캐디는 "우리 텐트만 빼고 다른 곳은 모두 이동형 에어컨을 설치했다. 대회 조직위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것 같다. 우리를 그저 노동 계층으로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캐디는 "CJ컵의 '캐디 나이트'나, 해외 투어의 '캐디 라운지'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도 골프대회의 한 요소다. 다른 곳은 다 있는데 여기만 빠진 것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캐디도 골프 대회를 구성하는 요소다. 그저 선수들의 백을 메는 노동 계층이 아닌, 동반자에 가깝다.

짐 퓨릭(미국)은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플러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디 마이크 코완(미국)과 함께다. 코완은 타이거 우즈(미국)와 결별한 뒤 퓨릭과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1999년 마스터스 토너먼트부터 인연을 맺어 2003년 US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 우승한 대회는 US 시니어 오픈이다. US 오픈과 US 시니어 오픈을 한 캐디와 합작했다. 22년 이상을 함께한 셈이다.
 

22년을 함께한 코완과 퓨릭[사진=PGA 챔피언스 페이스북 갈무리]


PGA 챔피언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퓨릭의 우승 소감을 게재했다.

"코완은 나의 백을 22년 동안 멨다. 참 많은 것을 함께 공유했다. 그는 올해로 73세다. 이 언덕들을 함께 넘었다. 그는 괴물이다."

밑에 설명에는 '짐 퓨릭'이 아니라 이러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코완과 함께 우승한 짐 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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