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없는 사이 늙어간 국책은행...'청년 채용' 의제 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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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이봄 기자
입력 2021-07-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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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피' 되면 4년간 기존연봉 절반, 명퇴하면 2년치 연봉 45%만 받아

  • 한명 나가면 청년 1.5명 뽑을수 있는데...인사적체ㆍ인건비 부담 심각

[사진=IBK기업은행]


국책은행 명예퇴직(희망퇴직)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는 인적 쇄신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피크(임피) 적용을 받는 직원들이 퇴직하고 싶어도 '조건'이 안 맞아 수년째 나가지 못하자 국책은행은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고연봉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며 인력 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은 행내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있으나마나 한 명퇴제에 10명 중 1명 꼴 임피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세 곳에서 임피 적용을 받는 임직원은 올해 말 약 15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7년에는 250명에 불과했지만 4년 새 6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임피제가 유지될 경우 내년에는 17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임피 적용 임직원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시중은행도 상황이 비슷하다. 문제는 국책은행 직원은 '퇴직 조건'이 맞지 않아 퇴직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책은행 명퇴금은 기재부 지침에 묶여 있다. 산업은행은 임피 기간을 4년, 임피지급률을 200%로 운영한다. 임피 적용 대상이 되면 4년 동안 기존 연봉의 200%를 받는다는 의미다. 즉 4년간 기존 연봉의 절반(총 2년치 연봉)만 받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명퇴를 신청하면 임피 기간(4년간) 받는 연봉의 45%만 받아갈 수 있다. 임피 대상이 되면 2년치 연봉의 45%가 명퇴금으로 지급된다는 뜻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명퇴하는 것보다 자리를 지키는 게 낫다.

다른 국책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수출입은행은 이달 1일자로 임피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임피지급률은 200%에서 110%로 조정했다. 기업은행은 각각 3년, 195%를 적용한다. 임피 기간과 임피지급률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명퇴 시 적용되는 명퇴지급률은 45%로 동일하다.

2014년까지만 해도 임피 기간의 100% 안팎을 퇴직금으로 받아 갔지만, 감사원 지적에 따라 45%로 줄였다. 자체 수익을 내지 못해 정부 예산으로 명퇴제를 운영하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퇴직금이 많고,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이후 국책은행에서 명퇴 직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임피 대상 직원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전체 직원의 15%가량이 임피를 적용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11%, 수출입은행은 6%가 나가지 못하는 직원들이다.
 
채용은 안 되는데 급여만 급증
있으나 마나 한 명퇴제로 발생한 인사적체는 인건비 부담 가중, 조직 효율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임금이 높은 관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인건비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책은행 세 곳이 지난해 지급한 임직원 급여는 1조6615억원에 달한다. 2017년(1조4305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6% 급증한 규모다.

반면 일자리는 국책은행들이 지급한 인건비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국책은행 세 곳의 정규직원 수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1만7736명에서 지난해 1만8559명으로 4년간 약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피 대상 직원 1명이 퇴직하면 신입직원 1.5명 채용이 가능한데, 고연봉 직원이 나갈 수 없는 구조 탓에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명퇴를 시키려는 것은 인적 순환 면에서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IT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등 조직을 효율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그러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청년' 의제가 급부상함에 따라 정치권도 국책은행 명퇴제 개편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달 9일 개최한 국책은행 명퇴 현실화 정책 토론회에서 장철민 의원은 "간담회가 일회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청년 일자리 문제를 다양하게 논의하고 실제 공동연대행동으로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길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피크제 관련 이슈 등에 대해 향후 민주당 의원들이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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