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수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사진=베어링자산운용 제공]

"독특한 테마의 펀드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베어링은 유행을 좇기보다 기본에 집중해왔습니다. 꾸준히 사랑받는 상품의 비결은 유난함이 아니라, 기본에 철학을 담는 겁니다."

28일 배인수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 대표는 한화증권과 AB자산운용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베어링자산운용에 합류, 햇수로 11년째 몸담고 있다. 이후 2016년부터는 한국법인을 총괄해왔다. 

배 대표가 이끄는 베어링자산운용은 '기본에 충실한다'는 철학이 확고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펀드를 보다 세련되게 다듬고, 글로벌 시장에서 유망한 상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 다이아몬드, 명품 브랜드, 가상자산까지 그야말로 별별 자산을 테마로 한 펀드가 쏟아져나오는 현 상황과는 대비된다. 베어링자산운용이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로 깊이 각인돼 있는 이유다. 

배 대표는 비트코인 등 색다른 투자자산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반영한 상품 출시 구상이 있는지를 묻자 "독특한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하며 꾸준한 성과를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범한 펀드일지라도 투자 프로세스가 촘촘하고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는 펀드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기존 상품의 투자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작업은 꾸준히 해오고 있다. 성과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서 출시된 아이디어 펀드 가운데 대다수가 시작은 화려했지만 금세 잊히곤 했다"며 "투자철학이나 프로세스 없이 난립해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성향 때문에 베어링자산운용은 '가치주의 명가'로 이름을 날려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어링자산운용의 1년 수익률 상위 3위 펀드는 베어링가치형증권모투자신탁(주식), 베어링가치형증권자투자신탁(주식), 베어링밸류스타일증권자투자신탁(주식) 등 순이었다. 모두 가치 스타일의 펀드들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은 글로벌 운용사로서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는 상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하이일드 펀드'가 대표적이다.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축적된 전문성도 자랑할 만하다. 베어링자산운용이 투자한 채권의 부도율은 평균 1%대에 불과하다. 정크본드의 부도율을 해당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웬만한 노하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채권 발행 기업의 등급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배 대표는 "공격적인 투자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의 하이일드 투자팀은 90명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채권팀 안에서 하이일드까지 컨트롤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배 대표는 "2~3%의 부도율은 고수익을 얻기 위한 일종의 코스트(비용)라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하이일드 펀드라면 부도율이 제로일 수는 없다. 부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이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낮은 확률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하면 스페셜 시추에이션팀이 투입돼 회수를 진행한다"며 "하이일드 채권 가운데 선순위담보채권의 경우 담보가 잡혀 있어 회수가 보다 유리하다"고 했다. 

배 대표가 하이일드 펀드를 국내에 알리고자 주력하는 까닭은 하이일드 펀드가 가진 장점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하이일드 펀드의 자산인 하이일드 채권은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금리가 높아 추세적인 저금리 시대에 적합하다는 게 배 대표의 관점이다.

배 대표는 "지금과 같은 경기 회복기에 하이일드 펀드는 상당히 괜찮은 대안"이라며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비례한다는 게 상식이지만 하이일드 채권은 그렇지 않다. 금리가 오를 때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도 있다. 금리보다는 경기의 영향을 많이 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경기 회복기에 회사 등급이 오르면서 기대되는 수익이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보다 훨씬 크다"며 "지난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추락한 천사(Fallen Angel)' 기업 수가 크게 늘었는데, 경제 환경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다수 기업의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추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이일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곧 최근 화두인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투자의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게 배 대표의 생각이다. 하이일드 채권 발행사를 평가할 때 촘촘한 ESG 지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최근부터 ESG 지표를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베어링자산운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엄격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따라왔다. 

배 대표는 "앞서 지적했듯 하이일드 채권은 금리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며 "기업가치 평가 때 ESG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주주총회 참석 등은 불가능하지만 회사에 직접 찾아가 대표를 면담하는 등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ESG가 잘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살피고, 잘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질문하고 제안한다. ESG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면 저평가됐다고 보고 더 투자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묵묵히 본연의 영역을 구축해온 덕분에 베어링자산운용은 다수의 경쟁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단행하는 와중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앞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기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배 대표는 "베어링자산운용은 어떤 기업보다도 로컬에서의 입지가 탄탄하다고 자부한다"며 "우리의 한국 비즈니스는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한국에서 운용하는 자산의 대부분이 한국자산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로 나아간다는 게 장기적 목표다. 10년쯤 뒤엔 로컬과 글로벌에서 비슷한 입지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로컬에 강한 글로벌 운용사'"라고도 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채권과 가치주에 특화됐지만, 주식형 펀드 다변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배 대표는 "하이일드 펀드뿐 아니라 우량 성장주 펀드 역시도 금리 인상기 꾸준한 수익을 기대해볼 만한 모델이라는 생각"이라면서 "부채가 많아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순 없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한편 배 대표는 하이일드 채권 외에도 이머징 채권, 부동산 관련 채권, 사모대출채권 등 유망한 투자자산이 적지 않다며, 국내 시장에는 이 같은 영역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깝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에 편향된 경향이 있다"며 "중장기적 밸런싱을 위해서는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관련 교육이 미비해 이해도가 낮다는 것은 챌린징(Challenging, 도전적인)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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