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세기의 재판] <중> ‘무임승차’ 넷플릭스 승소땐 인터넷 생태계 황폐화

신승훈 기자입력 : 2021-06-24 00:05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역차별 문제 대두 무료 인식 땐 ISP 네트워크 투자 접을 것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를 둘러싼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 무료’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되면 어떠한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도 네트워크 투자에 나서지 않게 돼 결국 인터넷 생태계가 황폐해질 수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이번 ‘채무(망 이용료)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승리할 경우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글로벌 콘텐츠사 간 ‘역차별 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왓챠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전기통신망사업법’, ‘상호접속고시’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망 이용 대가를 통신사에 지급하고 있다. 실제 콘텐츠 사업자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인터넷전용회선,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캐시서버(CDN) 등 기업 간 거래(B2B) 상품에 연간 수백억원씩 쏟아붓고 있다.

망 이용료는 대량의 트래픽을 일으키는 콘텐츠사의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전송하기 위해 네트워크 망 신규 설치, 망 운영 비용 등으로 쓰인다. 한국에서 대량의 트래픽을 일으키는 넷플릭스가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넷플릭스가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국내 사업자가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지급하는 명분 자체가 퇴색된다. 국내 사업자가 “망 이용료를 못 내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하면, 트래픽 관리 부담은 통신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연쇄작용으로 통신사가 네트워크 관리를 포기하게 될 경우 ‘트래픽 홍수’가 일상화되면서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의 후생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넷플릭스가 해외에선 실제로 ‘망 이용 대가’란 이유로 사적 계약에 따라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있으면서도 국내에서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한국의 ‘망 중립성’ 원칙에 기댄 무임승차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넷플릭스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확인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TWC) 등에 ‘착신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넷플릭스는 계약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적 합의에 따른 비용 지급 사례일 뿐 망 이용 대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모든 B2B 거래가 사실상 ‘사적 합의에 따른’ 거래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가 해외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법망을 피해 인터넷을 공짜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정부와 국민, 기업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면제받은 망 이용 대가를 대신 내주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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