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악재 위 또 악재…"BOJ 개입 없으면 추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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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6-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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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하루에만 3.29% 급락

미국 중앙은행 긴축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증시를 강타했다. 21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9%(953.15포인트) 하락한 2만8010.93에 거래를 마감했다. 토픽스지수는 2.42%(47.11포인트) 내린 1899.45에 장을 마쳤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오전에만 하락 폭이 3.4%를 기록했으며, 장 중 한때 하락 폭이 10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일본 증시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시장을 위축시켰다.

그러나 닛케이225 지수가 지난 주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18일 하락률인 1.6%보다 훨씬 가파르게 하락한 배경에는 수급 문제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지적했다. 우선 국외 투자자들의 선물 매도가 이어진 것이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고 신문은 외국계 증권 트레이더의 설명을 인용해 전했다.

닛케이지수 전광판 앞에 서 있는 행인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도 늘었다. CLSA 증권의 카마이 다케오 서비스 총괄 본부장은 "지수가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당황해 손절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저금리 시대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안정적인 수익을 내온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적으로 매입해왔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하는 일부 펀드들의 경우 신용배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하락장이 온다면 펀드 해지의 움직임이 커지고 결국 지수 인하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용배율은 매수와 매도의 어느 쪽이 우세한 지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1보다 작은 수가 나오면 매도가 우위이며, 1보다 크면 매수 우위인데 숫자가 지나치게 커지면 '과열'을 나타낸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일본 주식시장에는 불리하다.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일찍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지면서 대부분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의 가치는 오르고 있다. 달러 강세는 달러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고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리 조기상승전망에도 불구하고 하락한 미국 채권금리 탓에 일본 엔화가 상승한 것 역시 수출 기업들에는 악재다. 엔화가 비싸지면 수출가가 오르면서 경쟁력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 역시 지수 하락의 속도를 부추겼다. 요미우리는 신문은 BOJ가 지난 5월 지난달에 ETF를 전혀 매입하지 않았다고 1일 전했다. BOJ 월간기준으로 ETF를 전혀 매입하지 않은 것은 지난 201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BOJ는 지난 3월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ETF 매입 속도 조절을 예고한 바 있다. 한 외국계 트레이더는 "예전이라면 매도하는 이들은 다시 중앙은행이 개입할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주식을 팔아야 했지만, 이제는 BOJ의 이런 하락 제동이 어려워지는 추세다"라고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3%가 넘게 하락한 가운데서도 일본은행이 지속해서 개입하지 않는다면 주가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의 느린 백신 접종률도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을 시작으로 세계 긴축 기조가 본격화할 경우, 경제 성장이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일본 주식시장은 향후에도 회복세로 쉽게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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