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반란 탐구보고서] ①“이참에 정치가 싹 바뀌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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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조아라 기자
입력 2021-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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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가 보수정당의 당 대표가 된 건 엄청난 것 아니냐. 이러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대통령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치가 젊어졌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도 정치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맨날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이참에 정치가 싹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준석 현상’이 거세다. ‘꼰대정당’이었던 보수정당에서 30대 젊은 당 대표가 선출되자, 정치에 냉소적이었던 2030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이준석 효과’로 당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고 있고, 당원 가입도 줄을 잇고 있다.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 수가 지난 한 달 사이 1만7000여명이 증가했다. 일반당원까지 포함하면 2만3000여명이 늘었다. 2030세대가 37%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 바꿔달라는 의미”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지난 15일 서울 신촌 인근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기대감을 피력했다. 연세대 교내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바꿔달라는 의미”라며 “문재인 정부가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공정한 게 뭔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만난 정예지씨(34·여)는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구태한 정치에 진부함을 느낀 국민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 같다”며 “진보랑 보수, 지역을 나누는 정치는 정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이준석도 박근혜 키즈 출신이지만, 박근혜의 탄핵은 정당했다고 얘기했다”며 “보수 안에서 잘못을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과거의 잘못은 잘못이라고 얘기하면서 변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이준석에게 새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대표 당선으로 정치가 변화하길 기대했다. 신민우씨(34)는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 정치의 흐름에 거대한 파장을 가져왔다”며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젊은 정치가가 탄생했듯이 향후 한국 정치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경주씨(22)는 “대단하다. 2030세대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맨날 우리가 어리다고 무시했는데, 이제 우리 얘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어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것도 되게 놀라웠다. 정치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할당제 폐지하겠다”는 공약엔 찬반 엇갈려

이 대표는 논쟁적이다. ‘모든 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바라보는 젊은 층의 시각은 엇갈렸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남성은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공정한 게 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지방에서 인서울하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그런데 지방대학교 할당제는 대학을 지역에서 나왔냐가 기준이 된다. 이게 공정한 거냐”고 반문했다.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 인위적 ‘할당’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셈이다.

"여성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여성들의 반감이 컸다. 특히 20대 남성들의 ‘반(反)페미니즘’ 정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대역 앞에서 만난 이진실씨(32·여)는 “10·20대 남성들이 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걸 잘 이용하는 것 같다. 최악”이라며 “페미니즘이 맞는 말은 아닌데, 그걸 이용해서 선동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최연지씨(30·여)는 “지지층에 맞춘 스탠스일 뿐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니다”고 했다.

반면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정예지씨는 “여성할당제 폐지로 페미니즘이니 반 페미니즘이니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여성할당제는 폐지돼도 된다”면서 “이번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만 봐도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유리천장이 있을 때는 여성할당제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없어져도 된다”고 했다.

신민우씨는 “이준석은 빈약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여성의 권리를 점진적으로 신장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페미니즘을 제창하면서 남성의 인권을 깎아내리는 게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는 걸 깨우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도입하겠다고 한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과 관련해선 “공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과 “어차피 정치는 돈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 아니냐. 그걸 시험으로 평가해봤자 부조리가 안 생길까”라는 냉소적인 의견이 공존했다.

◆“잘 해봐야 본전일 수도”··· 30대 0선 한계도

30대 0선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혜진씨(31·여)는 “예전에 젊은 여성 후보의 선거운동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어른들이 ‘어린애가,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냐’고 하더라”며 “이준석도 잘 해봐야 본전일 것 같다. 어리고 젊은 사람이 개혁이나 혁신을 하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최유찬씨(26)는 “이준석이 과연 민주당을 이길 수 있을까”라며 “캠프도 없이 당선됐다고 기사가 나오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자기를 도와줄 정치인이 없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이 젊다는 특징 말고 내세울 게 뭐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그냥 바람을 잘 탔다고, 운이 좋다고 본다”고 했다.

연세대 교내에서 만난 이민지씨(24·여)는 “그냥 라이징 스타가 탄생했구나 싶다. 새롭지도 않다”며 “정치권에서 젊은 사람을 내세워 변화한 척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지 않으냐”고 물었다.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최연지씨도 “이 대표의 선출로 젊은 세대가 주도적으로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면서도 “이 측면에서 오히려 기성세대와의 갈등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들이 입법 과정에서 많이 활동한다면 그 갈등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신민우씨는 “자전거로 첫 출근을 한 게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듯이, 이준석은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다”며 “자신의 정치철학이 명확하기 때문에 기존 구시대적 정치인들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엘리트적인 성향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젠 특정 세력의 입장이 아니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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