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 감염 막아라"…연준 먼저 칼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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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6-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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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상황 개선도 영향"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돌아섰다. 예상보다 빨리 긴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올해 초부터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일시적이라며, 예상보다 일찍 긴축에 돌입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하면서 예상보다 일찍 도래할 긴축에 반응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변심 배경으로 '두려움'을 꼽는다.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마치 인플레 심리가 경제 전반으로 감염병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매파적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연준 내 매파 목소리가 우세···시장 경고음 무시 못한 듯 

연준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예상한 2.4%에서 연말까지 3.4%로 상향 조정했다. 불과 석달 만에 1% 포인트 올린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FOMC 뒤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위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고, 지속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파월이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고 판단하면서 채권매입규모 축소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시기가 아니라고 했던 것과는 간극이 크다.  

이 같은 파월 의장과 연준 전체의 변화는 결국 시장에서 높아지는 물가상승 경고음을 무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초부터 연준과 시장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시장 내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물가상승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연일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다. 

연준은 고용시장 부진을 이유로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서머스를 비롯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는 약한 것으로 주장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 전했다. 서머스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물가가 크게 치솟았던 1970년대의 실책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연준이 대규모 재정 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수요 폭증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관도 연준에 대한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말 미국 자산운용사인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는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연준의 정책은 후행 지표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연준은 미래 전망이 아닌 지금의 데이터만 보고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 역시 연준이 1960~1970년대 물가상승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으며,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뿐만 아니라 전 연준의장이자, 재무부를 이끌고 있는 재닛 옐런 장관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옐런 장관은 올해 들어 연이어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연준의 정책과는 엇박자를 내 주목을 받아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물가상승 고착화 위험···"이제라도 돌아서서 다행"  

블룸버그는 "수개월간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했지만, 이번 FOMC에서는 연준이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장기간 목표 이상의 물가상승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대중의 인식 속으로 들어가고 (물가상승) 기대치를 더 높게 움직일 수 있으며, 연준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연준 경제학자였으며, 현재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나단 라이트 교수는 "연준이 이처럼 방향을 선회한 이유는 위험관리를 위해서다"라면서 "경기 과열의 위험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의 6.5%에서 7%로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 추정치는 4.5%로 변동이 없었다.

코로나19 백신 배포가 전세계에서 속도를 낸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전망을 변경한 이유는 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해서라기보다는 감염병 확산 상황이 호전됐기 때문이다"라고 16일 지적했다. 

한편, 연준의 변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예상보다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 S&P 지수는 각각 0.77%, 0.24%, 0.54% 떨어졌다. 급락이라고 평가하기에는 힘든 수준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도 20을 넘지 않았다. 이미 시장에는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물가급등 우려가 퍼지면서 시장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등 조정을 이미 한 차례 거친 것이 이번 연준의 변심에 대한 시장의 맷집을 키워줬다는 분석이다. 

이제 시장에서는 과연 연준이 언제 얼마나 자산매입을 줄여가면서 긴축에 나설 것이냐는 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 경제학자들은 향후 고용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연준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2023년 4분기까지 미국 실업률이 완전고용수준인 3.5% 전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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