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9) 보이는 '검은손' 보이지 않는 '검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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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주)프론티어M&A 회장
입력 2021-06-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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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자본주의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가격이 조절되며, 자율적인 조절기능을 상실하면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자본주의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경제이론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초국적 기업과 초국적 투자금융회사의 규모가 일부 국가의 규모를 능가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자본가들의 힘이 강해지고, 정부의 재정정책으로는 한계가 발생하면서 이자율과 통화량 조절에 의한 금융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각국 정부는, 특히 기축통화국들은 경제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자율을 조정하고, 통화를 대량 살포했고, 이제는 과다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통화량이 과다하게 공급되어 통화정책도 한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재정정책 및 금융정책에 대한 정보를 생성·유포하는 특정세력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을 주도하는 국가관료들의 탐욕과 부정부패가 정부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데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보이는 손의 역할을 하는 정부가 공정한 방법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의 기능을 조절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정치세력은 탐욕과 부정부패의 늪에 빠져 특정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고 부정한 축재수단으로 악용하는 현상이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자본주의시장에는 4가지의 손이 존재한다. ①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 ②보이는 손(The Visible Hand), ③보이는 검은손(The Visible Black Hand), ④보이지 않는 검은손((The Invisible Black Hand) 등이다.

첫째로,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균형을 이루게 되는 손이다. 둘째로, '보이는 손'은 케인스가 주장한 대로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손이다. 셋째로, '보이는 검은손'은 부정부패한 정부관료들이 사리사욕 또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권한을 악용하는 손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는 검은손'은 초국적투자금융자본과 같이 시장경제의 공급과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거대한 허위정보를 유포하여 탐욕을 채우는 손이다. 현대시장은 이와 같은 4개의 손이 혼재되어 있어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경제문제를 경제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치권력과 관료집단의 부정부패와 탐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정부는 왜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No, they can't : why government fails?)”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래서 비대해진 정치권력의 탐욕과 부정부패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은 자율적인 경쟁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경쟁을 통해 모든 시장 참가자가 열심히 일하고, 가격 결정권이 소수가 아닌 시장 참가자 전원에 의해 조절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보이는 손'이 정부와 같은 특정의 집단 혹은 소수의 이익집단이 시장의 순기능을 막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를 시장에 맡겨두면 스스로 굴러가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시장은 균형을 찾게 되니, 정부가 시장에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1929년에 발생한 세계적인 경제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보이는 손'이 작동하는 수정자본주의(Modified Capitalism)를 주장하였고, 이로 인해 정부의 시장 개입이 경제정책의 주류가 되면서 정치권력과 관료들의 힘이 매우 강하게 되었다. 그리고 21세기 현재에는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에 경제시장을 맡기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너무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라는 보이는 손이 탐욕과 부정부패의 사슬을 형성하여 시장을 왜곡하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직화된 정치세력과 경제관료들의 시장 개입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장을 규제하지만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규제의 부작용이 커지는 것은 규제자의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 규제수단의 불완전성과 경직성, 규제자 개인의 편견, 정치권력의 권력 강화와 부정부패의 만연 등에 의해 오히려 시장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력과 행정관료들이 부패한 상태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보이는 검은손'이 된다.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를 중심으로 제시된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경제시장 개입은 가격과 임금 통제 및 독점을 낳아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교란하기 때문에 대공황과 같은 경기변동의 원인도 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이 아니라 화폐당국의 의도적인 통화조절정책 때문이며, 시장경제는 자생적으로 진화된 자생적 질서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자유시장을 지지하며 정부가 맡는 역할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대처리즘(Thatcherism)의 기초가 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세출 삭감, 소득세 감세,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의 완화 등 과감한 정책을 시행하였고, 대처 총리 또한 국유화와 복지정책 등을 포기하고 공공지출 삭감과 세금인하, 국영기업의 민영화, 기업의 자유 및 창의활동 보장 등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정책을 주장한 것이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화정책은 1980년대 미국의 프리드먼 등 시카고학파 출신의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제안한 금융정책으로, 금리정책·공개시장정책·지급준비율조작 등 중앙은행의 통화량을 조절하여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려는 정책이다. 프리드먼은 불황 극복책으로 재정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공채를 발행하여 이자율이 높아지면 민간투자가 감소하고, 세금을 더 거두면 민간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적자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실업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물가만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국가가 원칙 없이 시장에 개입할 경우 생기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며, 큰 정부가 야기하는 반 시장적 정책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였다. 프리드먼 등이 주장한 통화정책은 2008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의한 금융공황이 발생하면서 한계를 맞게 되었으며, 금융통화 위주의 정책은 초국적투자금융자본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초국적투자금융자본가들이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보이지 않는 검은손'이 시장을 지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결국,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등의 주장은 당면한 경제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지만, 강제력을 동원하여 보이는 검은손의 역할을 하는 정치권력과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정부의 예산을 능가하는 규모로 성장하여 보이지 않는 검은손의 역할을 하는 초국적금융투자자본의 인위적인 시장조작과 탐욕을 간과한 면이 있다. 현대경제시장은 정치적인 힘과 투자금융자본의 힘을 가진 자들의 부정부패와 탐욕에서 경제의 악성 종양이 만들어지는 시대이다. 검은손들은 자금세탁과 불법자금의 운용을 위해 암호화폐를 만들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사회의 발전에 따라 검은손들의 시장조작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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