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한·일 청구권 협정 때문에 피해자 개인청구권 행사 제한된다?

김태현 기자입력 : 2021-06-09 18:03
대법 전원합의체 "개인 청구권 제한할 수 없어"

7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재판 후 법정 앞에서 벌인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단이 나온 이후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이러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비판 여론은 급격하게 커져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를 탄핵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9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한·일협정 당시 부인된 것은 '국가 대 국가의 배상권'이다"라며 "'개인 청구권'은 부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성이 없는 국제법적 해석을 끌어내 국내 재판판에 이용한 것은 법리적 타당함이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 부장판사의 판단 내용, 사실 관계를 확인해본다.
 
① 강제징용 피해자가 소송으로 개인 청구권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국민의 상대방 국가와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 국민이 소송을 내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일철주금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한·일 양국의 정부가 '일제강점기'의 성격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이번 1심 판결과는 정반대의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는 것. 오히려 대법원은 개인 청구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았다.

특히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 때문에 피해자들이 개인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것은 대법원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다.
 
②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을까?

국제연합(UN)이 2005년 12월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피해자 구제권리 기본원칙 및 가이드라인'(일명 피해자 권리장전)에 따르면 개인은 국제인권법이나 국제인도법의 주체로서 그 위반을 이유로 상대방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 법인 등을 상대로도 직접 손해배상 청구권을 갖는다.

앞서 1965년 박정희 정부 당시 발간한 '한·일회담백서'는 "한국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당사국이 아니어서 승전국이 향유하는 손해와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한·일간 청구권문제에는 배상청구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2005년 노무현정부 민관공동위원회도 "군위안부, 강제동원 중 발생한 가혹행위 등 당시 일본정부군이 관여한 불법행위는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이 사건 소 제기 당시까지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기업을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신일철주금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별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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