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자 해외여행 빗장 푼다는데...실효성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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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김충범 기자
입력 2021-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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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내달부터 방역신뢰국 단체여행 허용

  • 2차 접종 완료자 국민의 4.5% 수준 불과

  • 의학계선 "이른감 있어...방역 구멍 우려"

[아주경제 DB]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단체 해외여행이 허용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국토교통부(장관 노형욱)는 9일 '안전권역 추진 계획'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태국·대만·괌·사이판 등 방역신뢰 국가와 여행안전권역(트래블버블) 합의도 본격화한다. 
문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백신 접종률 증가세지만 여전히 20%를 밑도는 데다가, 2차까지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집계하면 그 수치는 5%도 채 안 된다. 자가격리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대상이 2차 접종 완료자인 만큼 해외여행 빗장이 풀려도 당장 7월부터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추진 중인 '여행 안전권역'을 바라보는 시선도 회의적이다. 집단면역을 위한 항체 형성이 충분치 않은 단계인 만큼 자칫 국내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백신 접종자 단체여행?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날 정부는 이르면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자 대상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운항 편수와 입국 규모는 상대국과 합의를 통해 일정 규모로 제한하기로 했다. ​방역 관리 차원에서다. 출입국 직전 3일 안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도착해서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르면 7월부터 해외여행 재개가 본격화한다는 점은 의미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가 실제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8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1차 신규 접종자는 71만4384명, 2차 신규 접종자는 2만4750명을 각각 기록했다. 1차 접종자는 누적 920만2346명으로, 전체 국민의 17.9% 수준이다. 2차 접종 완료자는 누적 232만5259명이다. 전 국민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격리 없이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는 2차 접종까지 완료를 한 사람으로 제한한다. 조건을 모두 갖춘 이는 노쇼백신(예약부도 백신) 접종자를 제외하면 의료진과 고령층, 군인 등 극히 제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업계가 희망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워낙 힘든 시기를 보낸 탓이 크다"면서 "하지만 격리 없이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되겠냐. 정부의 백신 마케팅에 동참하지 않으면 도태된 여행사처럼 비칠 수 있으니 일단 상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효성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전했다. 

여행 안전권역 형성, 계속 추진만

'여행 안전권역'(트래블 버블)도 진전된 것이 없다. 

여행 안전권역은 방역 관리에 대한 상호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격리를 면제해 일반 여행 목적의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급감한 여행업계는 방역 신뢰 국가 간 여행 안전권역 형성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정부가 추진 의사를 타진해온 국가는 싱가포르, 태국, 대만, 괌, 사이판 등이다. 하지만 여행 안전권역 대상 국가로 합의를 마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방역신뢰국과 최종 합의를 해야 하고, 방역당국과의 협의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향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여행 안전권역을 통해 코로나 이후 국내 관광‧항공산업이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결정적 계기(안전권역 시행 국가 결정)가 언제쯤 마련될지는 알 수 없다.

나라가 확정돼도 시행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여행 안전권역을 합의했지만, 급증한 코로나19 확산세로 두 차례나 시행을 연기했다. 지난 4월 시작된 호주와 뉴질랜드, 대만과 팔라우도 같은 이유로 여행 안전권역을 전면 중단했다. 

◆의학계 "국내 방역 시스템 구멍 뚫릴 수도" 우려

의학계도 우려를 표했다. 최근 백신 접종 속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집단면역을 위한 항체 형성이 충분치 않은 단계인 만큼 자칫 국내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행 안전권역은 최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는 넘어 충분한 집단면역 항체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좋은데, 7월부터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국내 1차 접종률이 25%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해외로 갈 수 있는 계층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천 교수는 "고령층이 가기는 쉽지 않고, 노쇼 백신이나 얀센 백신 정도를 맞은 젊은 수요층이 주요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백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고, 여행을 다녀왔다 해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백신 접종을 마친다 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고, 접종 이후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자칫 해외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하다. 단체여행 자체가 집단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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