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해운사에 편중지원 심각···정부, HMM에 141배 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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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6-0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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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지원금의 63%···중소업체는 경쟁력 흔들

국내 해운업계가 '화물 대란'으로 어려운 와중에 정부의 지원책이 HMM 등 대형 해운사에 너무나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형 해운사도 임시 선박을 투입해 국내 수출기업 지원에 매진하고 있음에도 미미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게 이들 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은 HMM과 미미한 지원을 받은 중소 해운사가 시장에서 맞대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불평등한 지원을 등에 업은 HMM 탓에 중소형 해운사 사이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적선사들이 국내 수출기업을 위해 선복부족 문제 해결에 나서는 와중에 정부가 유독 대형 해운사만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19로 상당수 해운사가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정부의 편중 지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3분기 동안 해양진흥공사는 82개 해운사에 총 6조5040억원을 지원했다.

세부적으로 전체 지원 금액의 63.47%에 달하는 4조1280억원이 국내 1위 해운사인 HMM 단 한 곳의 지원에 활용됐다. 나머지 81개 중소형 해운사는 36.53%에 해당하는 2조376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HMM에 대한 지원 금액이 중소형 해운사의 평균 지원 금액인 293억원의 141배에 이르는 규모다.
 

2020년 1~3분기.[사진=해양진흥공사 제공]

HMM에 대한 지원은 이에 끝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HMM에 선박 10척의 지원을 추가로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선박의 예상 발주금액이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은 HMM이 국내 1위 해운사로 최근 화물 대란을 해결하는 데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달 말 25번째 임시선박을 출항시켜 국내 수출기업의 선복 부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국적선사들도 국내 수출기업 지원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HMM에 지원이 편중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의 지원이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하반기 고려해운·천경해운·남성해운 등 3개 선사에서 1500∼1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태국-베트남 항로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HMM과 함께 미주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양대 원양선사인 SM상선도 6500TEU급 선박 2척을 추가로 아시아-미주항로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화물 대란이 진정된 이후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한 몸에 받은 HMM이 국내 중소형 해운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운임이 대폭 오른 상황이라 대부분 해운사가 이익을 내고 있지만 향후 운임이 낮아지거나 물동량이 줄어들면 정부의 지원으로 기초체력을 보강한 HMM이 중소형 해운사의 일감을 빼앗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경영 정상화에 노력한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실적 개선 요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선복 부족 때문"이라며 "당장 위기에 시선을 뺏겨 한 기업에 지원할 것이 아니라, 향후 컨테이너선 운임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을 때 국적선사를 어떻게 양성할지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H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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