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로열더치셸, '탄소중립' 압박에…이사자리 뺏기고 소송 패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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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5-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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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손모빌, '지분 0.02%' 엔진넘버원에 이자 자리 2석 내줘

  • 로열더치셸, 국제환경단체 '탄소배출 감축' 소송에서 패소

  • WSJ "석유 거인들, 기후변화 대응 압력 심화에 패배 겪어"

세계 거대 석유기업이 지구촌의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 강조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 거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은 탈화석연료 가속화를 주장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이사 자리 2개를 내줬고, 영국-네덜란드 합작 기업인 로열더치셸은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탄소배출량 감축 명령을 받았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네덜란드 지회 회원들이 26일(현지시간) 헤이그 법원이 국제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에 대규모 탄소배출 감축을 판결하자 법정 밖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예비 개표결과 주주들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Engine No.1)이 지명한 이사 후보 2명을 이사로 선출했다.

엔진넘버원은 지난해 12월 기술주 투자자인 크리스 제임스가 엑손모빌 견제를 위해 출범시킨 활동가 단체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엑손모빌에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요구하며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을 철회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엔진넘버원이 보유한 엑손모빌의 지분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엑손모빌 주주들이 기후변화, 위기 등에 대응해 엑손모빌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결과 엔진넘버원이 이사 자리 2석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대해 WSJ은 엑손모빌 시가총액 0.02% 지분 소유 투자자들이 엑손모빌과 석유업계 미래 전망에 대한 의견 충돌로 대립했다며 "엑손모빌의 이날 주주총회 (이사 선출) 투표는 그동안 주주들을 설득하고자 이뤄진 회사 측과 환경운동가 간 대림이 막을 내린 것으로 역사상 가장 비싼 대리(proxy) 싸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수요가 앞으로 수년 동안 탄탄할 것이라며 석유시추 시설 확장 전략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엔진넘버원은 엑손모빌이 향후 수십년 간 화석연료 수요 감소에 대비해 투자를 점진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AP통신]


WSJ은 "10년 전만 해도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에 일부 투자자들이 도전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엑손모빌의 실적 악화가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엑손모빌은 지난해 220억 달러(약 24조5960억원)라는 기록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전부터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가 주주들에게 신임을 잃었다고 전했다.

엔진넘버원이 엑손모빌 이사 자리 2석을 확보하게 된 것은 엑손모빌 최대 주주 중 한 곳이 블랙록의 지지 때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영사인 블랙록은 주주총회 개최 하루 전인 전날 엔진넘버원이 지목한 이사진 후보군 4명 중 3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3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교사퇴직시스템,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시스템, 뉴욕주퇴직펀드 등도 엔진넘버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엑손모빌이 친환경 활동가 단체의 공격에 휘청이는 사이 로열더치셀도 탄소배출 감축 압박에 직면했다.

CNBC에 따르면 네덜란드 법원은 이날 로열더치셸이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 로열더치셸은 이미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날 법원의 판결로 회사 측은 지금보다 더 대대적인 절감 노력에 나서야 한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석유기업 로열더치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CNBC는 로열더치셸이 2035년까지 탄소배출을 45%로 줄이고, 2050년에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법원의 명령으로 탄소중립 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로열더치셸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기업으로, 파리기후협정 체결 이후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급속한 탄소배출 감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열터치셸은 법원의 결정에 실망감을 보이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전기차 충전, 수소, 재생가능에너지, 바이오연료 등 저탄소 에너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성장해 신에너지 사업이 더 급속히 성장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소송의 원고 측 변호인이자 환경운동가인 로저 콕스는 법원의 이번 판결을 '역사적인 전환점(a turning point in history)'이라고 평가하며 대규모 탄소배출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다른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4월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 '그린피스' 등 7개 국제환경단체가 네덜란드 시민 1만7200명의 뜻을 모아 제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로열더치셸의 화석연료 개발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협, 인권과 삶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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