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s 스톡] 고투의 IPO 달아오른다… 추가 투자에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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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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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역대 최고의 합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고투(GoTo)의 기업공개(IPO)가 달아오르고 있다. 앞서 경쟁사인 그랩이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밝힌 가운데, 차량공유 플랫폼 고젝(Gojek)과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Tokopedia) 합병으로 탄생한 고투그룹(GoTo Group)은 글로벌 투자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고투는 연말 상장을 앞두고 펀드레이징(투자금 모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투의 가치가 얼마나 더 높게 평가될지도 주목을 받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상장 전 또다시 투자 받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4일 고투그룹이 연말로 예정된 기업공개에 앞서 올여름 또 다른 투자 모집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고투그룹은 고젝의 앙드레 소엘리스티요(Andre Soelistyo)가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동시에 새롭게 설립되는 고투파이낸셜(GoTo Financial)의 결제·금융 서비스 부문을 이끈다. 토코피디아의 패트릭 카오(Patrick Cao)가 그룹 회장직을 맡게 됐다. 고젝의 CEO 케빈 알루위(Kevin Aluwi)와 토코피디아 CEO인 윌리엄 타누위자야(William Tanuwijaya)는 대표 직위를 유지한다.

카오 회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투자는 IPO를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고투그룹은 인도네시아 본국 증시와 더불어 미국 뉴욕증시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고투 그룹은 차량공유 플랫폼 그랩(Grab)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Shopee)를 거느리고 있는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업체 씨(Sea)의 강력한 경쟁사로 우뚝 선 만큼 글로벌 증시에 대한 자신감도 붙은 것으로 보인다. 

고투는 승차공유 고젝과 전자상거래 토코피디아, DKAB로 불리는 지불과 금융 서비스 분야로 나눠지게 된다. 양사가 결합한 고투그룹의 기업가치는 18억 달러 규모로 집계된다. 합병 당시 카오 회장은 성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다양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하다"면서 "고투그룹이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랩은 이미 지난 4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그랩의 기업가치는 396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고투 역시 상장 전 투자 모집을 한다면 비슷한 규모로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 말을 인용해 SCMP는 전했다.

고젝의 기업가치는 105억 달러(약 11조7000억원), 토코피디아의 기업가치는 75억 달러(약 8조3000억원)로 평가된다.  400억 달러라면 2020년 평가받았던 양 기업 가치의 2배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급격한 가치 상승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의 실적도 양호했을 뿐만 아니라 양사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월 고젝은 자사 브랜드 서비스가 모두 이윤을 창출하고 있으며 총거래가치(GTV)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2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그랩과 고젝은 각자 상장을 앞두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뿌렸던 보조금 지급을 자제했다.

SCMP는 "서로의 가치에 수년 동안 타격을 주었던 치열한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것도 가치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고젝 최초의 기관투자자였던 노보스타 그룹의 공동설립자이자 경영파트너인 패트릭 왈루조는 "경쟁은 더 합리적이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

코로나19로 얻은 기회, 거대시장 장악 속도
코로나19 확산은 비대면 중심 기업들에게 커다란 기회가 됐다. 별다른 마케팅이 없이도 고객의 폭발적 증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합병으로 고객 데이터는 더욱 풍부해졌다. 고투그룹의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도 이 같은 풍부한 고객 데이터다. 이를 바탕으로 고투그룹은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출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오 회장은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고객 중복이 적다는 점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기업은 모두 10년 전에 설립되었으며 2015년부터 인도네시아 군도에서 배송을 맡아왔다. 둘의 합병은 약 2년 전에 합병이 처음 논의되었으나 장기간 진척되지 못했다. 

여기에 고젝이 내세운 전자지갑인 고페이(GoPay)는 사용자들을 더욱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대출과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진출하면서 영역 확장 속도를 더욱 빨리하고 있다. 

경쟁사의 가파른 성장도 고투그룹의 IPO에 기대감을 심어준다. 동남아 최대 인터넷 쇼핑 서비스 ‘쇼피’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기업 ‘씨(Sea)’의 주가는 지난 한 해 무려 397%나 올랐다. 씨의 기업가치는 2017년 상장 전만 하더라도 73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1270억 달러에 달한다. 거대 기업이 된 고투그룹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같은 씨의 급성장은 고투그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씨 그룹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토코피디아의 주주 대표이자 알리바바 그룹의 선임 부사장인 마이클 야오는 “동남아시아는 디지털 가속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회의 땅이다"라면서 "이 기회의 땅에서 고투그룹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세콰이어 캐피탈 (인도) 싱가포르의 샤일렌드라 싱(Shailendra Singh) 이사는 “세콰이어 인디아가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다. 전 세계 어디도 고토처럼 많은 카테고리의 사업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며 소감을 밝혔다.

고투 그룹 탄생을 뒷받침한 이들은 알리바바 그룹, 아스트라 인터내셔널, 블랙록 캐피탈, 페이스북, 구글, 징둥닷컴, KKR, 노스스타, 퍼시픽 센츄리 그룹, 페이팔, 세콰이어 캐피탈, 소프트뱅크 비전 1, 텐센트, 비자 등 쟁쟁하다. 

이처럼 쟁쟁한 투자자들이 고투그룹 앞에 줄을 서게 된 배경에는 인도네시아라는 국가의 특수성도 있다. 인구 규모 2억7350만명(세계 4위)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가장 큰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디지털 경제는 5년간(2015~2020년) 연평균 41%나 성장했다. 지난해에만도 인터넷 신규 사용자가 약 2500만명 늘었다. 앞으로도 디지털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의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성장속도가 가파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동남아의 우버’라 불리는 차량공유·배달업체 ‘그랩(Grab)’이 지난 13일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와 합병을 통해 수개월 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랩이 상장 준비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396억 달러(약 44조3000억원)에 달한다. 역대 SPAC 상장 중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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