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환율 전망대> 글로벌 달러와 원화 환율의 디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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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자본시장부 부장
입력 2021-05-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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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NBC 누리집 갈무리]


원∙달러 환율은 미국 달러화와 우리나라 원화 간 상대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 지표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이론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움직임과 원화 자체적인 요인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수급이나 원화 자체적인 요인이 없는 이상 대체로는 글로벌 달러의 움직임에 원∙달러 환율이 연동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달러와 원화 환율 사이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5월 기준으로 달러인덱스는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상승한 것이다. 달러인덱스의 경우 올해 초 89.4 수준의 저점에서 반등하기 시작해 3월 말 93포인트를 넘었다가 이달 들어서는 아래쪽으로 방향을 바꿔 다시 90선을 하회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지난주 1130원대 후반까지 레벨을 높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이론을 감안하면 이 같은 디커플링의 원인은 원화 자체적인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원화 환율이 원화 자체적인 요인에 의해 최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원∙달러 환율과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국 위안화 환율도 최근 원∙달러 환율과 반대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시장참가자들은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수급 요인을 꼽고 있다. 일선 외환딜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수입 업체들의 결제수요와 국내 증시에서 연일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전 수요가 서울 외환시장에 상당량 유입되면서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이끌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교역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이에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달러 매도 물량이 상당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국내에서 해외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기업들의 달러 결제 수요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이로 인한 달러 수요도 불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은 5월 들어서만 9조원 이상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에 원∙달러 환율이 하방경직성을 갖추고 상승 시도에도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인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에다 탄탄한 수출업체 네고 물량으로 인해 환율은 위 아래가 제한되는 박스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넓게 보면 1100~1140원 정도의 레인지로 이번주에도 원∙달러 환율은 1120원대를 중심으로 거래되면서 이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은 여전히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되돌리기, 이른바 `테이퍼링’ 관련 이슈다. 미국의 물가지표가 큰 폭으로 오르고 연준에서도 서서히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이와 관련해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되어 있지만 서울 환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는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이보다는 국내외로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 움직임이 어느덧 금융시장의 위험선호/회피 현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가운데 최근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의 위험회피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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