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방 점령한 넷플릭스, 이제 영화관 공략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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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5-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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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어떤 규칙도 없다"...독점 지위 잃어가는 극장가

  • 영화제작사도 '온라인 독립' 가속화...성장동력 잃은 넷플릭스는 '역주행'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가 일상 복귀를 앞두고 미국 극장가 공략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영화 제작사들이 개봉 일정을 축소한 데다, 자체 동영상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극장가에 내걸 영화가 모자란 상태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좀비 영화인 '죽은 자의 부대(Army of the Dead)'를 미국 일부 극장 연쇄점(체인)에서 개봉했기로 했다"면서 "이는 지난 수십년 간 영화관과 동영상 사이의 역할을 뒤집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해당 영화는 오는 21일 미국 시장 3위 규모의 시네마크 홀딩스 소속·제휴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이로부터 불과 1주일 후부턴 넷플릭스에서도 함께 영화를 제공한다. 상영관 수는 600곳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영화인 '죽은 이의 부대' 촬영 현장.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는 잭 스나이더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코로나 이후에는 어떤 규칙도 없다"...독점 지위 잃어가는 극장가


그간 극장 업계는 최신 영화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다는 독점적인 지위를 점유해왔다.

이전의 영화업계는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최소 90일 동안 극장 이외의 경로나 시장에서 상영하거나 판매할 수 없는 조건으로 영화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왔다.

인기 있고 유명한 영화일수록 영화관에 걸리는 기간은 길어졌고, 그 이후에야 사람들은 비디오 테이프, DVD, 온라인 등 2차 시장을 통해 안방 동영상 극장에서 해당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WSJ는 한 영화관 업체 임원을 인용해 "코로나19 사태 이전(Pre-Covid)에는 그러한 규칙이 있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Post-Covid)에는 완전히 새로운 경기가 시작했다, 이제 무엇이든지 협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영화관의 입장이 뒤바뀐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최소한 앞으로 3년 이상 극장 개봉 영화가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영화협회(MPA)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 개봉한 신규 영화 수(재개봉·일회성 특별 개봉 등 제외)는 2019년 860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319개에 크게 축소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1년 당시 신규 개봉 영화 수인 604개에서도 반토막난 수치다.

코로나19 유행세로 미국 전역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한 대봉쇄 사태가 발생하자 영화관 역시 감염 위험 시설로 분류돼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영화 제작사마다 영화 개봉 시기를 미뤘기 때문이다.

특히, WSJ는 영화관 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2~2024년에도 극장 개봉 영화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25%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9년 신규 개봉 영화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연 600여편 정도의 수준으로 10년 전인 2011년과 비슷한 규모다.
 

2011년 이후 북미(미국·캐나다)의 극장 개봉 영화 증가 추이.[자료=월스트리트저널(WSJ) 갈무리]

 
영화제작사도 '온라인 독립' 가속화...성장동력 잃은 넷플릭스는 '역주행'

이와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영화 제작·배급사로 꼽히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워너 브라더스', '유니버설 픽처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등이 코로나19 사태 생존을 위해 각자 온라인 동영상 시장으로 활동 장소를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자체 동영상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를 통해 영화 구독 서비스 외에도 신규 영화를 개봉 45일 만에 공개하고 각각 3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미국 최대 영화관 업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와 극장 독점 기간을 종전 90일에서 17일로 단축하는 계약을 체결해 온라인 동영상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외에 워너 브라더스는 자회사 AT&T의 'HBO 맥스'에 신작을 공개하고,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훌루·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 등에도 자사 영화를 판매하고 미국 방송사 CBS(바이어컴CBS)와 합작한 '파라마운트 플러스'에는 개봉한지 30~45일이 지난 신작 영화를 공개하고 있다.

WSJ은 '죽은 자의 부대' 개봉을 시작으로 향후 시네마크와 넷플릭스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미국 극장계 1, 2위 업체인 AMC와 리걸 엔터테인먼트 그룹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을 거슬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사상 최고 수준의 매출과 순익을 달성했음에도 신규 구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며 이후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극장 진출 전략에 성공할 경우 기존의 구독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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