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는 최현미…탈북민 외면하는 정부

이동훈 기자입력 : 2021-05-10 06:00
現 WBA 여자 슈퍼 페더급 챔피언 정부·기업, 지원과 후원 중단 아버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WBA 여자 슈퍼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 [사진=최현미 페이스북 발췌]


북한 평양시에서 태어난 최현미(31)는 2001년 권투에 입문했다. 당시 활동하던 곳은 김철주사범대학 체육관이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오게 된 때는 지난 2004년이다. 동남아시아를 거쳐 7월 한국 땅에 발을 디뎠고, 장정구(58)에게 지도를 받았다. '짱구'의 지도는 놀라웠다. 최현미는 2007년 아마추어 대회 60㎏급에서 우승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아쉬움이 컸다. 권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무대와 성취를 원했던 최현미는 2008년 아마추어 딱지를 떼고 프로로 전향했다. 그해 WBA 여자 페더급에서 우승했다. 이후 2013년까지 7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2013년부터는 슈퍼 페더급 벨트를 꿰찼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스포츠 종목인 권투도 감염병에 물들었다. 결국, 잡혀있던 방어전이 무산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썼고, 최현미는 권투 장갑을 벗었다. 양손에 단단히 매어 놓은 붕대도 풀었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다. 그런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타지로 떠났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많은 국가에서 귀화를 요청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 달 뒤, 8번째 방어전이 열렸다. 그는 칼리스타 살가도(콜롬비아)를 눕히고 방어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전적은 19전 18승(4KO) 1무다. 유일한 무승부는 김효민과의 WBA 여자 페더급 방어전이었다.

최근 그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슈퍼 페더급 통합 챔프전을 앞두고 있었다. 최현미는 세계복싱협회(WBA) 벨트를, 상대인 테리 하퍼(영국)는 세계복싱평의회(WBC)·국제복싱기구(IBO) 벨트를 허리춤에 차고 있다. 25세인 하퍼는 12전 11승 1무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11승 중 6승이 KO승이다.

사각 링 위에서 이기는 사람이 진정한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중요한 시합이었다. 그러나 하퍼가 부상을 당하면서 시합이 취소됐다.

지난 6일 하퍼는 "훈련 중 손을 다쳤다. 열심히 훈련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시합(카트리나 산더스 전) 중 다친 부위가 또다시 골절된 것이다. 이어 그는 "올해가 끝나기 전에 다시 잡히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남겼다.
 

WBA 벨트를 획득한 최현미(오른쪽 두 번째)와 휘날리는 태극기. [사진=최현미 페이스북 발췌]


최현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시합이 취소됐다"는 글을 게재하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시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부친인 최영춘씨(56)는 "후원해주던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년간 3000만원을 받던 지원금도 끊겼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탈북민인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북한에서는 세계대회에서 인공기를 휘날리면 '체육 영웅'으로 대우를 받는다"면서 "최현미는 목숨을 걸고 선택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그의 실력을 높이 평가한 나라들이 귀화를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태극기를 품에 안은 애국심 때문이다.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현미의 페이스북에는 "훈련에 대한 모든 제품 지원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는 글이 있다. 그 글에 한 누리꾼은 "선글라스라도 협찬해 드릴게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정부는 태극기를 휘날리는 탈북민을 외면했지만, 국민은 그를 열렬히 응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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