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아주경제 미술실 ]

은행들의 예·적금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장기간 돈을 묶어둬야 하는 정기 예·적금은 자금 이탈이 지속하는 반면, 언제든 빼고 쓸 수 있는 ‘투기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에는 돈이 몰리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예·적금 지형도 변화의 원인으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지목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총 650조2421억원으로 올해 들어 23조원 넘게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기 예금 잔액이 614조7991억원을 기록해 전달보다 12조8000억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17조원 넘게 빠져나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의 경우 이례적인 감소세다.

정기 적금 역시 자금 이탈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 적금 잔액은 35조443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정기 예·적금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과는 반대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자금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61조240억원으로 한 달 새 4조5400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615조5798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45조4442억원 폭증한 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과 같이 예금과 인출이 자유로워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상품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전 돈을 넣어두는 ‘투자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하다. 최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정기 예·적금을 깨고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에 일단 돈을 넣어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신한·농협·케이뱅크)들은 수신 잔액과 신규계좌 수가 크게 늘었다.

케이뱅크의 경우 수신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 12조1400억원을 기록해 한 달 만에 3조4000억원 급증했다. 고객수도 한 달 새 146만명이나 늘었다. 이는 케이뱅크가 2018~2020년 3년간 유치한 고객(157만명)과 비슷한 규모다.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덕분에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자금이 일단 케이뱅크로 이동했다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빗썸, 코인원과 제휴를 한 농협은행 역시 올해 1분기 신규 개설 계좌수가 145% 넘게 급증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정기 예·적금과 요구불예금의 금리 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정기 예·적금 이탈에 일부 영향을 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는 12개월 기준 최소 0.3%로 요구불예금 금리(0.1%)와 큰 차이가 없다. 장기간 은행에 돈을 묶어놔도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적다 보니 언제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자금을 옮겨 놓는 게 유리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과 같이 정기 예·적금은 줄어드는 반면 요구불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언제든 뺄 수 있게 준비해 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지난달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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