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나와 쏙 닮은 역할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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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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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의 빛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청춘들…수채화처럼 맑게 그려

  • 그간 작품처럼 어두운 성격일 거란 선입견…새로운 모습 보여줘 기뻐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희 역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요즘 보기 드문 잔잔한 영화예요. 대본을 읽고 '이런 수채화 같은 맑은 영화도 하나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 분)와 소희(천우희 분)가 '12월 31일, 비가 내리면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긴 기다림을 갖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천우희(34)의 말처럼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요즘 극장에서 보기 힘든 잔잔하고 맑은 느낌의 영화다. 빛나는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청춘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던 조진모 감독은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영호의 오랜 기다림을 통해 그 찬란한 시간을 조명한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극장뿐만 아니라 배우 천우희의 작품 목록(필모그래피)에서도 낯선 작품이다. 영화 '써니'를 비롯해 '한공주', '손님', '곡성', '우상' 등에 이르기까지 주로 치열하고 극적인 인물을 연기해왔던 천우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하게 됐다.

극 중 천우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영호와 편지를 주고받게 된 소희 역을 맡았다.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는 어느 날 영호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아픈 언니 소연에게 온 편지였다. 호기심으로 답장을 하게 된 소희는 점점 영호의 편지로 위로를 받고 무료한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는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찾아오지 않기' 등을 규칙으로 편지를 이어가지만 쌓여가는 편지만큼 영호를 향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대본을 처음 보고 작품과 역할에 '빈칸'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표현 방식이 많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거든요. 작가님,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갇혀 있지 말자'며 현장에서 소희라는 인물을 만들어 가기로 했어요. 감독님께서 소희라는 인물이 청춘 영화에 어울릴 수 있게끔 감정 표현이나 강약 조절을 많이 도와주셨어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희 역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소희는 천우희의 새로운 얼굴을 찾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는 내면은 물론이고 외적으로도 청춘 영화에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간 보지 못한 천우희의 말간 얼굴을 꺼낼 수 있게 했다.

"소희는 그간 제가 연기한 역할 중 가장 저와 닮아 있어요. 어릴 때는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인간 내면에 궁금증이 많아서 탐구하는 작품들을 해왔거든요.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이후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고민하게 됐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희와 만나게 됐어요. 그런 이유로 소희는 가장 편안하게 일상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천우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소희라는 인물을 완성해 나갔다. 그는 소희와 닮은 점이 많아 연기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거들었다.

"감독님께 '소희 역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타인에 관한 상상력과 이해력이 높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명확하게 어떤 느낌인지 알았어요. 제 성향과도 닮아 있거든요. 타인과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도 하고 관계에 관해서 배려하는 편이에요. 그런 점이 소희와 비슷한 것 같아요."

주로 극적인 인물을 연기해 왔던 천우희는 연기적인 부분도 달라진 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전보다 '힘을 빼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강렬한 인물을 연기한다고 해서 힘을 주고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굵직한 작품들의 호흡이 있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같은 경우는 카메라 앞에서 무심했어야 했어요. 그냥 존재하는 느낌으로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희 역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사진=(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천우희는 자신을 둘러싼 편견이나 선입견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주로 굵직하고 어두운 작품을 해왔던 만큼 천우희가 어두운 면이 많을 거라는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 배우인 강하늘조차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들조차도 제가 어두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요. 그 정도로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많이 해왔나 봐요. 저는 그런 편견이나 선입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저를 어떤 작품으로 먼저 접했느냐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다를 거로 생각해요. '곡성'을 먼저 보셨다면 센 모습이 남았을 거고, '멜로가 체질'로 접하셨다면 유쾌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기존에 저를 알고 계셨던 관객들에게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조금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일상적인 모습도 많이 좋아해 주신다면 앞으로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네요."

천우희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리 영화는 위로와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리고 크고 작은 기적에 관해서도 말하고 있죠. 우리 일상에는 여러 크고 작은 기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어 '늦겠다'라고 생각하는 찰나, 눈앞에서 택시나 버스를 잡아 탔다면 그것도 기적 같은 일이잖아요? 모두가 지치고 힘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안에 조금씩 기적과 희망들이 있어요. 영화를 보시는 동안 조금 빠져서 보기만 해도 조금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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