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각축전에 러 '스푸트니크V'까지 거론…"도입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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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1-04-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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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최대한 가능성 열어두고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 방침 밝혀

  • 백신 상용화하기엔 임상 데이터 불충분…'혈전 논란' AZ, 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기반인 점도 걸림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러시아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고려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된다.

국내 백신 수급 문제가 심화하는 만큼 정부는 최대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학계는 이 백신의 효능 및 안전성 검증이 충분치 못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외교부에 스푸트니크V 관련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달라 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식약처는 외교부에 러시아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에서 혈전 발생 등 이상반응과 관련한 정보 수집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대상 국가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 중인 러시아를 비롯한 12개국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경우 다른 제약사에서 개발한 백신에 비해 통상적 방법으로 정보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며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해외 자료 등을 수집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에 따르면 앞서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 역시 러시아산 백신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 연구팀이 '러시아 국부 직접투자펀드(RDIF)' 투자를 받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이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승인했다.

스푸트니크V는 접종 후 '희귀 혈전' 논란이 발생한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 백신이 최근 재조명되는 것은 효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백신은 불과 작년 8월까지만 해도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에 1·2상 결과만으로 승인이 내려지면서, 검증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외면받은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연구팀은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스푸트니크V 백신의 임상 3상 결과를 게재했고, 이에 따르면 이 백신의 예방 효과는 약 9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내달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점도 도입 검토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이 백신의 경우 RDIF와 위탁 생산 계약을 한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생산하며, 전량 수출로만 결정된 상태다.

문제는 스푸트니크V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술지 랜싯의 결과를 살펴보면, 스푸트니크V가 어느 정도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갖춘 백신이라는 판단은 든다"면서도 "스푸트니크V는 AZ, 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인 만큼, 충분한 안정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이 백신을 주력으로 삼기는 무리고, '플랜 B', '플랜 C' 정도로만 설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의 임상 3상 데이터가 랜싯에서만 나왔는데, 정작 임상 대상 표본은 충분치 않다"며 "무엇보다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에서 불거지는 혈전 문제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 역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세계적으로 스푸트니크V에 대해 허가 및 검증 절차가 병렬적으로 일어나,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며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아는데 상세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외국의 허가 사항도 참고하겠다. 다만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는 않은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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