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中企는 지금]실패를 부른 어설픈 ESG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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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1-04-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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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 주요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철저한 준비 없이 ESG 흐름에 올라타면 오히려 회사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소극적 대처, 인권문제, 지배구조 리스크 등 ‘ESG경영’을 잘못 적용해 실패한 과거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의 ‘ESG 현황과 중소기업 적용방안’ 보고서에는 기업들이 ESG경영에 실패한 원인과 이에 따른 초라한 경영성과가 담겼다.

먼저 엑슨모빌은 기후위기를 소극적으로 대처해 실적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1911년 설립된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이던 엑슨모빌은 1970년대부터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위기를 인지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엑슨모빌에 친화적인 싱크탱크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해 온난화에 대한 일반인의 잘못된 인식을 유도했다는 평가도 있다. 1978년에는 기후변화 보고서가 임원들에게 보고되기도 했으나, 엑슨모빌은 사업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미국의 환경단체와 뉴욕주 등은 기후위험을 묵인했다며 엑슨모빌을 고소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엑슨모빌은 석유·가스와 비교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는 소극적으로 나섰다. 결국 엑슨모빌은 실적 부진을 겪었다. 심지어 1984년 설립된 신재생에너지 기업 넥스테라에너지가 지난해 엑스모빌의 시가총액을 앞지르는 굴욕을 맛봐야만 했다.

나이키는 하청공장에서 인권문제가 발생해 매출이 감소한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6년 나이키의 제3세계 하청공장에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실이 공개됐다. 작업 도중 화장실에 가지 못하도록 물을 마시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해외 일부 하청공장에서 신체적 학대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남아시아 공장의 절반 이상에서 주당 60시간 이상의 노동을 요구하고, 시간 외 노동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이키는 협력사의 노동문제가 자신의 책임 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경쟁사들의 노동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쟁점을 회피하거나, 나이키가 해당 국가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바로 등을 돌렸다. 이듬해 나이키에 대한 대대적 불매 운동이 전개되면서 1년 사이에 매출이 37% 감소했다.

영국의 2위 건설업체 카릴리언은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해 2018년 파산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이다. 세계적으로 4만3000여명을 고용하고, 2016년 7월까지 약 10억 파운드(약 1조5500억원)의 시가총액, 2016년 기준 52억 파운드(약 8조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던 기업이었다. 2017년 카릴리언에 대한 수익성 저하 경고 이후 시가총액은 6100만 파운드(약 944억원)로 쪼그라들었다.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카릴리언의 파산 원인 중 하나로 지배구조에 대한 리스크를 지목했다. 파산 당시 카릴리언은 326개에 이르는 계열사의 이사회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기업 수익이 악화했음에도 경영진에 과도한 보너스를 지급했다. 경영진은 개선 필요성을 외면했고, 이사회는 재무정보 감독과 사후조치에 미진했던 점 역시 파산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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