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민심 뒤집어놓고 떠난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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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1-04-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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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이런 패배가 따로 없다. 서울, 부산 모두 거의 더블 스코어였다. 모든 언론은 이번 재·보궐 선거를 하나같이 ‘성난 민심의 결과’로 해석했다. 분노한 민심이 정권을 심판했다고도 했고 여권 독주를 엎었다고도 했다. 무능하고 독선적인 데다 위선적이기까지 한 정부·여당을 뒤엎어버린 이번 선거의 바람은 태풍이나 산불보다도 더 무섭고 가공할 만했다. 늘 묵언을 좋아하는 대통령마저 국민 질책을 엄중히 수용한다고 했다. 2020년 4월 15일 총선 대승 후 꼭 1년 만에 무서우리만치 반전되어 25:0 대패를 잉태한 핵심 책임은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소득주도성장,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기업 압박은 물론이고 끝 모를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대다수 기업과 국민을 분노 속으로 몰아넣은 자리가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다.

그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가 마침내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 사의표명 때와는 달리 물러날 뜻을 밝힌 지 반나절도 안 돼 수리된 것을 보면 제 발로 걸어나온 것이 아니라 경질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그러나 경질이든 아니든 간에 청와대 정책실장 21개월, 공정거래위원장 재임까지 포함하면 거의 4년 동안 문재인 정부 핵심 요직에 눌러앉아 나라 경제와 부동산을 망가뜨린 김상조 정책실장의 교체는 국가경제를 위해서나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나 매우 때늦은 실기의 극치였다.

재벌을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는 웃지도 못할 말을 뱉을 때부터 이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장관급 공직을 처음 맡아 본 터라 경황이 없어서 그랬겠거니 생각하며 눈감아 주었던 것이 2017년 11월이었다. 그러나 김 실장의 문제는 재벌 때문에 늦었다는 발언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기업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이념적 독단에서 나아가,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원회가 먹는다는 공직 편 가르기 발언, 어느 한 기업인을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자질을 문제 삼는 태도, 노사관계와 관련한 사용자단체의 역할 미흡 비판 등 종횡무진한 갈라치기 비난 발언들 때문에 기업인은 물론 정부 관료와 학자들마저 당황하고 격분했다. 총리와 부총리의 부적절하다는 경고도 있었고 곳곳에서 그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일었지만 더 힘센 곳으로부터의 튼튼한 버팀목이 있었던지, 김상조 정책실장은 14% 전셋값 인상으로 낙마하기까지 무려 4년 동안 승진과 영전을 거듭한 것이다.

그가 정책실장으로 있는 동안 경제정책, 특히 부동산 관련 정책은 협박에 가까운 엄포와 규제일변도로 돌변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2019년 8월 12일), LTV 40%(2019년 10월 1일)에서 20%로 이중 강화(2019년 12월 16일), 갭투자 방지대책(2020년 6월 17일), 종부세·양도세 강화조치(2020년 7월 10일), 임대차보호3법(2020년 7월 29일) 등 겹겹이 옥죄기 정책이 모두 김 실장의 주도 하에 실행된 정책들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간간이 양도세나 대출규제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도권 및 서민주택 공급정책이나 도시재생 뉴딜사업 혹은 임대사업 활성화, 전세보증요건 완화와 같은 공급정책이 주류였다. 그러다가 김 실장이 들어선 2019년 6월 이후부터 위에 언급한 강력한 수요억제 정책으로 급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잡히지 않고 폭등을 거듭하자, 김 실장은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으름장만 내놓을 뿐 아무런 성과 없이 정책적 과오와 무능력을 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와 문재인 정부는 정책적 과오의 책임과 무능력을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오로지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했고 그 분노 때문에 자리에서 쫓겨난 것인데, 정책 실패는 그대로 두고 전세금 올려 받은 사소한 내로남불 때문에 물러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셋값 14.1% 인상이라는 작은 잘못이 아니라 온갖 규제에다 임대차 3법이라는 거대한 악법 때문에 문재인 정부라는 배 전체가 침몰하는 줄 문재인 정부의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이 후임으로 승진 임명되면서 그것이 확실해졌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호승 정책실장이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밀한 기획력과 꼼꼼한 일처리로 신망이 높으며 경제정책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포용사회 실현 등 국가과제를 성공적 실현할 적임자라고도 했다. 유 비서실장은 이 실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경력이나 능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올린 것은 극히 일부 맞는 말이다. 최근에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것도 사실은 시장 금리 상승 분위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동산 가격폭등이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라고 확신했다면, 또 부동산 가격급등을 확실히 잡을 생각이 있었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어야 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건 결국 집값 폭등의 이유를 한국은행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것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이 실장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임대차신고제)을 비롯한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들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 말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계속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결국 정책실장은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말이다.

정부의 정책은 실시되고 나서 한참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 시차 현상 때문이다. 그동안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지금 당장 근본적으로 바꾼다 해도 그 효과는 거의 6개월 혹은 1년 뒤에야 나타난다. 바뀐 이 실장이 지금까지의 부동산 악법을 서둘러 대폭 수정한다 하더라도 그 열매는 2022년에나 겨우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 실장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홍남기 부총리도 같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내년까지 부동산 시장과 경제의 위기는 어떤 개선도 없이 계속된다는 말이다. 결국 부동산 고통은 더 증폭될 것이고 결국 또 다른 폭발을 맞고 말 것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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