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는 왜 중국-EU 힘겨루기 전쟁터로 떠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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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4-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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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가 유럽연합(EU)에 구조신호(SOS)를 보냈다. 고속도로 건설 때문에 생긴 1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차관 상환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몬테네그로가 EU에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중국도로공사(China Road and Bridge Corporation)가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도로사업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지만, EU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정학적 싸움의 일환이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은 인프라와 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해 발칸 지역에서 서서히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해 왔으며, 최근에는 백신 외교를 통해 이들 지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몬테네그로를 구제할 것인지 여부는 EU와 몬테네그로 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짚었다. 
 
중국 영향력 막기 위한 지원 요청
밀로죠코 스파지치 몬테네그로 재무장관은 FT의 인터뷰에서 "몬테네그로는 EU가 도움을 줄 만큼 작은 규모의 국가이며, 상환에 도움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지원 규모는 작지만 쉬운 승리를 안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관 상환을 도와주는 것을 통해 중국에 맞서 몬테네그로에 대한 EU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싱크탱크인 베오그라드 펀드 포 폴리티컬 엑설런시의 스테판 블라디사블예프 정치 애널리스트는 "몬테네그로뿐만 아니라 발칸반도 서부에 위치한 다른 나라들 중에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막기 위해 EU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지적했다. 

몬테네그로는 지난 2014년 중국수출입은행과 약 10억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대출로 도로 비용의 85%를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파지치 장관은 "전체 길이의 4분의 1인 41km 구간이 2000만 유로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책정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속도로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프라의 경우 현재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면서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몬테네그로의 상황은) 극적이다. 중요한 관광산업이 러시아 등 비유럽연합(EU) 국가 방문객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EU 동맹국들과 더 가까운 관계를 맺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파지치 장관은 몬테네그로 정부가 유럽위원회, 유럽투자은행, 유럽재건개발은행 등 서방 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중국 영향력 차단을 위해 미국과 EU는 다양한 견제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EU가 중국의 신장과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양측은 서로 맞제재를 가하는 등 서로의 관계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EU 뒷마당까지 치고들어온 중국···"견제 필요" 

EU의 입장에서는 몬테네그로가 더이상 중국에 밀착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입장이다. 

EU는 기꺼이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적절한 금융상품을 찾기는 힘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이 거의 완료되었기 때문에 과제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듫 수 있다는 것이다. EU 규정에 맞지 않게 이미 지어진 고속도로를 위해 차관 상환을 돕는 것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EU 외교위원회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서부 발칸 지역 일부에서 정책 선택과 정치적 입장과 관련하는 레버리지를 획득하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속도로 계약은 전 정부인 사회주의 민주당에서 중국과 계약을 맺은 것이다. 앞서 해당 고속도로 사업은 경제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결론에 달했으나, 이는 무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몬테네그로는 EU와 밀착하는 행보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한편, 몬테네그로의 전채 부채 중 4분의 1은 중국 차관이다. 고속도로 건설이 엄청나게 지연되고 있지만, 이미 첫 상환 기한은 7월로 돌아왔다. 만약 몬테네그로가 갚지 못하면, 중국은 담보로 삼았던 몬테네그로의 땅을 가지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IMF에 따르면 관광 의존도가 높은 몬테네그로 경제는 지난해 15%나 쪼그라들었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1억 2700만 유로의 또다른 미지불 채무와 관련해 중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전문가들은 몬테네그로의 탄원 요청이 EU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포드 대학교의 발칸 지역 연구자인 테나 프레렉은 “EU는 개입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렉은 "몬테네그로는 EU 뒷마당에 있는 지역이다. 구제는 EU가 지역내 진정한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라는 것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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