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국민의 힘으로 당선시키자" 이동섭 국기원장의 선거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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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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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기원장 말 한마디에 표심 '흔들' 우려…정작 국기원·문체부는 "문제 없어"

이동섭 국기원장[사진=연합뉴스 제공]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다. 국가를 상징한다는 뜻이다. 태권도 진흥과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2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권도로 한다'고 적혀있다. 국기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가, 2018년 태권도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국기로 인정받았다.

당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은 현 국기원장인 이동섭(65) 전 의원이다. 태권도의 위상을 크게 올려놓은 인물이 바로 이동섭 국기원장. 

그러나, 지난달 25일 국기원장에 부임한 이 전 의원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문화의 거리에 마련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장에서 마이크를 쥐었다. 

그는 "재보선에서 승리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까지 우리 '국민의힘'의 이름으로 당선시켜야 한다"고 외쳤다.

제보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서울 노원구 을 당협위원장과 국기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국기원장이자 정치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 걸까. 

국기원은 단체의 특성상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정관에는 '국기원 업무와 관련해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기원은 특히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 국기원의 예산 약 243억원 중 108억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예산의 44.44%다.

이 국기원장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개정안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 단체장 겸직을 금하는 내용을 넣었다.

어떤가. 그야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가 아닌가. 국내 태권도인은 600만명이다. 국기원장의 편향된 선거 유세에 흔들릴 수 있는 '잠재표'가 600만표나 된다고 가정하면, 이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국기원의 정관에 반하는 행위가 된다. 

제보자는 "국기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 특정 정당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한, 이러한 논란은 거듭될 수밖에 없다"며 "국기원장 직을 내려놓고 염원하는 정치에 충실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기원 측은 "업무 시간 외에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지역구에 소속 정당 후보가 유세를 온다고 해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며 "당협위원장 겸임은 지난 1월 국기원장 보궐선거 출마 시에도 분명히 밝혔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기원장은 지난 1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문체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정관상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정치적 오해 소지는 있으니 조금 더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국기원과 문체부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600만명(선거인단·비선거인단 포함)으로 추정되는 태권도인들의 표심이 흔들린다면 공직 선거에 문제가 생길 소지는 다분해 보인다. 

선거는 끝났다. 이 국기원장의 염원(유세)처럼 국민의힘이 완승(完勝)했다.

지난 7일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된 2021 재·보궐 시·도지사 선거의 총선거인 수는 1136만2170명이다. 이중 644만868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국내 태권도인 수인 600만명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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