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제85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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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4-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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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달 만에 그린 재킷 주인 가려

동틀 녘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사진=마스터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이하 마스터스) 우승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역대 우승자 중 가장 짧은 기간에 챔피언스 디너(우승자 만찬)를 준비했다. 준비 기간은 단 5개월. 코로나19로 84회가 11월에 개최됐고, 85회는 다시 4월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존슨이 준비한 음식은 스테이크(필레미뇽)와 농어 요리다. 애피타이저(전채요리)와 디저트 등도 함께 준비됐다. 역대 우승자들이 그린 재킷을 입고 화요일 저녁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미국)는 참석하지 못했다. 최근 전복 사고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챔피언스 디너에 가고 싶다.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밤"이라고 적었다.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그는 이 행사를 사랑한다. 지난해 마스터스가 연기되자, 자신의 집에서 에리카 허먼(여자친구), 샘(딸), 찰리(아들)와 함께 조촐하게 만찬행사를 열었을 정도다.

대신 우즈는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바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매킬로이가 우즈를 찾은 이유는 두 가지다. 마스터스 조언을 얻고, 우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우즈의 집을 둘러보던 매킬로이는 진열장에 진열된 15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보고 "나머지 트로피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우즈의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몰라." 황당한 매킬로이는 "뭐라고?"라고 되물었다. 우즈는 "응, 엄마가 몇 개 갖고 있고, 몇 개는 사무실이나 어딘가에 있을 거야"라고 했다.

여기서 매킬로이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즈에게 중요한 것은 메이저 대회였다. 대회 전 인터뷰에서 매킬로이는 "우즈의 관점은 멋지다.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매킬로이는 매 시즌 초 마스터스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다. 4대 메이저 대회(디 오픈 챔피언십, US 오픈, PGA 챔피언십, 마스터스) 중 마스터스 우승이 없기 때문이다. 그린 재킷을 입는 순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올해는 그의 열정에 우즈에게서 얻은 깨달음을 얹었다.

우즈의 상태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전했다. "그가 괜찮아서 기뻤습니다"고 말이다. 우즈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패트론(마스터스 갤러리)이 마스터스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이하 오거스타 내셔널)을 가득 채우진 못하지만, 일부 패트론의 입장이 허용됐다.

올해도 코로나19의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마스터스의 명물인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는 현금으로 살 수 없다. 확산 방지를 위해 골프장 내 현금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3 콘테스트가 취소됐다.

반면, 대회 전 행사인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와 드라이브 칩 앤 퍼트는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마스터스 1·2라운드 조 편성[표=마스터스 제공]


명예 시타는 첫날 첫 조가 출발하기 15분 전 1번 홀에서 진행된다. 현지 시각으로는 오전 7시 45분이다. 올해는 2016년 작고한 아널드 파머의 빈자리를 리 엘더(이상 미국)가 메꾼다. 엘더는 1975년 흑인으로는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한 선수다. 개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함께 명예 시타로 대회의 시작을 알린다.

이번 대회는 총 88명이 출전한다. 미국 42명, 영국 10명, 호주 5명, 남아공 4명, 스페인·스코틀랜드·캐나다 3명, 멕시코·한국 2명, 14개국(웨일스, 피지, 프랑스, 대만, 칠레, 콜롬비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독일, 일본,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1명이다.

첫 조는 오전 8시에 출발한다. 마이클 톰슨, 허드슨 스와포드(이상 미국)가 한 조로 편성됐다. 김시우(26)는 찰 슈와첼(남아공), 코레이 코너스(캐나다)와 7번째 조로 오전 9시 12분 출발한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더스틴 존슨(미국)은 리 웨스트우드(영국),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하우트(남아공)와 한 조를 이루었다. 매킬로이는 욘 람(스페인), 잰더 셔플레(미국)와 14번째로 출발한다.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 42분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환하게 웃는 임성재[사진=마스터스 제공]


이 대회 아시아 최고 성적(준우승)을 보유한 임성재(23)는 27번째 조에 편성됐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매슈 피츠패트릭(영국)과 한 조로 우승을 향해 나아간다.

지난해 "오거스타 내셔널을 공략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굴욕을 맛본 브라이슨 디섐보는 맥스 호마(이상 미국), 애덤 스콧(호주)과 1·2라운드를 함께 한다. 지난해에 비해 조용해진 그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관심이 쏠린다.

마지막 조는 3년 9개월 만에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트로피 손맛을 본 조던 스피스(미국)를 비롯해 캐머런 스미스(호주), 콜린 모리카와(미국)가 편성됐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3년 연속 '깜짝 발표'를 이어갔다. 여자 아마추어 대회, 흑인 명예 시타자 선정에 이어 이번엔 게임 속 오거스타 내셔널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2019년 '금녀의 벽'을 허물며 여자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했고, 2020년에는 창립자 보비 존스(미국)의 "내가 살아 있는 한 마스터스의 선수는 모두 백인이고 캐디는 모두 흑인일 것"이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뒤집고 명예 시타자로 흑인(엘더)을 선정했다.

올해는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게임 회사(EA스포츠)의 게임(PGA 투어)을 통해 오거스타 내셔널을 즐길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많은 이야기를 품은 제85회 마스터스가 곧 개막한다. 중계는 8일 오후 10시부터다. 김시우나 임성재가 그린 재킷을 입으면 한국 최초, 그리고 아시아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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