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2021년 3월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도를 완비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29년 11개월 동안 금융산업 현장에서 수많은 굴곡을 겪은 필자의 시각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의 시행은 역사적 사건임이 틀림없다.

세계 경제사에서 보면 은행업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탄생한 이후 국가는 금융산업에 의지해 전쟁, 정치, 경제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금융산업 보호’가 주요 과제였다. 경제개발 논리에 한국도 ‘금융산업 보호’가 우선이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깨고 ‘금융소비자 보호’ 명제가 거부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등장한 계기는 대공황 다음으로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2008년 금융위기였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바로 ‘금융산업의 탐욕’이다.

금융자본의 이익 추구 행태가 국가 공동체의 목적을 넘어섰기 때문에 국민인 금융소비자를 더 방치하기 어렵다고 보고, 미국 의회는 도드 프랭크법(2010년)을 제정했으며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설치하는 등 금융산업의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도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개념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금융산업 보호’ 패러다임이 유지되어 오다가, 2019년 DLF·라임펀드·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졌다. 이를 계기로 금융산업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정치권이 가만히 있기 어려워졌고 금소법이 여야 간 합의로 2020년 3월 5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법적 실체로서 대우받기 위해서는 법적 권리와 의무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2021년 3월 25일 금소법 시행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금융소비자’가 출생한 날이다. 그러나 중요한 도입 배경, 의미, 영향에도 불구하고 금소법 시행을 알리는 미디어 자료는 금융위가 배포한 보도문을 옮겨 단순히 제도 도입 소개에 그치거나 준비되지 않은 시행과 금융산업의 곤란함 등 문제점 지적 일색이다.

필자는 전 국민 금융복지가 목적인 금소법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의미 전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소법은 총 8장 69조로, 금융소비자의 거래상대방인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제재, 형벌과 금융소비자의 권리, 책무, 구제 내용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소법이 금융산업에 불편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으나 법률 제정 동기가 금융산업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부득이 감내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인은 금융소비자로서 운명을 피할 수 없으므로, 국민이 눈여겨볼 것은 신설된 금융소비자에 대한 내용과 영향이다. 많은 국민이 금소법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의 금융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이슈를 짚어 본다.

먼저, 법률의 이름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므로 금융소비자에게 앞으로 '좋은 일만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금소법은 금융의 일반법적 효력을 갖는다. 과거에는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모르쇠 하거나 노령 약자인 체하면 최소한 구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금소법에서 엄격한 금융산업 제재와 형벌 그리고 청약 철회, 위법 계약 해지, 손해배상 등 광범위한 소비자 구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것들은 금융소비자가 책무를 다했을 때 따져 볼 일이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가 금융시장의 구성 주체임을 인식하고, 금융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하며 스스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거의 게으른 금융소비자는 앞으로 보호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소비자는 앞으로 ‘기대수익’이 아니라 ‘위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처럼 기대수익을 좇다가 나중에 위험을 몰랐다고 우기는 경우 금융소비자는 보호 받을 수 없다.

금소법은 세 가지 위험에 대응하도록 구조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첫째, 거래상대방 위험, 둘째, 금융소비자 자신에 대한 위험, 셋째, 시장 위험이다. 과거에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에게 시장 위험을 강조했고, 나머지 위험은 과소평가하거나 외면했다.

거래상대방인 금융회사에 대한 위험은 제재와 형벌 규정이 대응할 것이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금융소비자 자신에 대한 위험 인식이다. 금융산업 규제의 핵심인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는 재산과 소득은 물론 위험에 대한 태도 등 자기 자신의 위험 요건·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금융회사는 확인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금융소비자 99%는 자신의 위험을 정확히 모르고, 알아도 노출하기 싫어했다. 또한, 금융 이해의 어려움 또는 게으름으로 그동안 외면했던 시장 위험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위험 설명을 중심으로 작성한 투자설명서에 금융소비자가 어떻게 서명, 날인을 할 것인지 난감하다. 아마 위험을 모르는 금융소비자는 멸종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는 법이 마련한 금융교육에 충실할 의무가 있다.

한편 법에 따르면 투자설명서의 금융상품 위험등급은 금융회사가 평가, 지정하게 되어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 같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끝으로, 금소법에 새로 등장한 독립금융상품자문업에 필자는 주목한다. 지금까지 금융소비자에게 투자, 권유와 조언을 하던 어드바이저는 금융회사 소속이거나 금융회사와 이해가 얽힌 투자자문업자이므로 금융소비자에게 신의성실 의무를 다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것은 DLF, 라임, 옵티머스 등 최근 일련의 불완전 판매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점입가경으로, 옵티머스 사태로 징계를 받은 한 시중은행은 이탈리아 펀드 등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드바이저와 금융소비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입된 것이 독립금융상품자문업인데, 이들이 법적 자본과 설비 요건을 갖추고 영리법인으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필자가 일한 투자신탁회사는 은행 등의 분할 자본참여와 정부 직접 감독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펀드 산업에 불완전 판매 동기가 없었고, 안전한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펀드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필자의 경험으로 금융소비자에 대한 어드바이저 산업은 공공성, 중립성이 필요하다. 독립금융상품자문업을 공공 주도로 정착시키는 것도 금융당국이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1년 봄 출생한 금융소비자가 고질적 금융산업 보호 패러다임 영향으로 기형적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할 것이다.

조수연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 석사 △하나금융투자 상무 △ 금융투자분석사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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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2 JAN 5-8 LAS VE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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