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LG·SK, 끝없는 배터리 전쟁의 중간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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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3-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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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양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백악관, 그리고 국내를 무대로 하루가 멀다 하고 쉴 새 없이 공방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ITC에서 진행되는 양사의 소송은 총 3건으로, 그 중 마지막 케이스는 서둘러 진행되더라도 내년 초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1년이나 법정·장외 공방을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소송전에 대한 피로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유다.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으나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의의를 꼽아보자면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문제가 환기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의 CATL과 유럽의 노스볼트 등 후발주자들이 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등 선발주자의 인력을 채용해 기술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4월 양사가 인력 채용에 따른 영업비밀·특허권 침해 문제로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이 같은 방식의 기술 개발은 크게 위축됐다. 노스볼트는 자사 홈페이지에 적시했던 '한국과 일본 출신 우수인력 채용했다'는 문구를 서둘러 삭제했다.

또한 중국 업체로 이직하던 국내 배터리 기술자의 수도 확연히 줄었다는 후문이다. 이직을 통해 영업비밀·특허권 탈취가 치명적인 소송을 불러올 수 있는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이 같은 변화를 못내 반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력 격차를 지키는 것이 무섭게 확대되고 있는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소송으로 인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가 없다. 양사가 부정해왔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양사는 국내 배터리 업체 간 소송으로 국익이 훼손된다는 지적을 아마추어의 망상으로 취급해왔다.

양사는 법적 소송이 영업활동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완성차 고객은 품질과 가격 등 정량적 요소를 기준으로 배터리 공급사를 선정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양사의 배터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양사를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해왔던 폭스바겐은 최근 양사를 제외하고 전기차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역시 양사의 고객이었던 현대자동차도 향후 양사의 배터리에 의존하지 않도록 자체 생산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끝없는 소송전의 결과로 언제 배터리 공급이 중단될지 몰라 불안이 누적된 탓이다.

끝없이 진행되는 배터리 소송전에 대해 대다수의 제3자는 국내 업체 사이의 다툼이 적절하지 않으며, 대승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좋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양사가 물에 술탄 듯 합의해버린다면 향후 영업비밀·특허권 소송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해외 후발주자에게 30년간 축적해온 기술을 손쉽게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해외 업체에게 기술을 탈취당한 사례는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양사가 깊게 고려해보지 않았던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도 분명히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까지 소송을 진행하면서 공방을 벌인 결과 득보다는 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시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분쟁으로 인한 득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보다 도움이 되는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만약 그것이 빠른 합의라면 지금까지 깊어져온 갈등을 모두 털어버리고 손을 마주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갈등을 메우지 못하고 기나긴 소송전을 지속하는 일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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