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동학개미를 위한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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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신 기자
입력 202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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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SK증권 제공]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달성한 해는 1984년이다. 지금의 10분의1 수준이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속도에 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그해에 영국의 세계적 은행인 미들랜드 은행에 3개월 과정의 연수를 갔다. 15개국에서 금융인들이 연수에 참여했는데, 투자 과목 시간의 강의 내용은 지금도 생생하다. 첫 시간이었는데, 강사는 칠판에 투자원칙을 'Buy low and Sell high'라고 썼다. 즉,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는 것이다.

2년 후 재무학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유학을 하러 갔다. 투자론 시간에 합리적 투자자는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배웠다. 금융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년 이상 투자 관련 실무와 20년 이상 투자 관련 연구를 해왔지만, 투자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정답을 찾기 어렵다. 개별 투자자가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라 투자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즈음 동학 개미로 지칭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동학군은 관의 탄압이나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어난 민중이다. 하지만 무기와 전술의 열세로 동학군은 패퇴했다. 동학 개미는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와의 수익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은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 순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를 위한 좋은 정보를 누가 더 빨리 얻느냐 하는 측면에서 개인 투자자는 기관 투자자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수익률 경쟁에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부동산 가격의 폭등,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실물자산의 선호, 재택근무의 확대 등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증가할 다양한 요인이 생겼다. 동학 개미 중에는 투자에 대한 감각이나 경험이 탁월한 투자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투자자들도 있다. 동학군이 패퇴한 주요 이유로 무기 부족과 전략 미흡을 들 수 있다. 투자에서의 무기는 연구 자료 등 고급 정보이고, 투자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징 기법과 경험에서 우러난 투자 감각이 중요하다. 전투에서 용기는 중요하지만, 준비 없는 용기는 무모함이 될 수 있다. 투자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동학 개미의 수가 증가하면서 관련 세제, 공매도, 연기금의 투자 같은 정책 분야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전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 것인가? 투자자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 재산 정도, 리스크 수용 능력 등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수록 리스크가 큰 종목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베타계수가 높은 종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잠재적 투자대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일정 기간 가격 동향을 살펴보고 목표 매수가나 매도가를 정하고 목표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거래 결과를 점검해서 투자 전략이 잘 적용되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목표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을 비교해서 실제 수익률이 목표 수익률에 못 미치면 그 원인을 파악하도록 한다.

투자는 가급적 여윳돈으로 할 필요가 있다. 동학 개미의 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산업자본화되고 그 성과가 공유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채는 만기가 있어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고 지급이자 이상의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 리스크가 큰 투자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정보를 사는 예도 있는데, 가급적 지양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개인 공매도 허용의 폭이 커지면 공매도의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동학군이 준비 미흡으로 실패한 교훈을 받아들여, 동학 개미는 수익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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