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여성 임원’ 확대 수년째 공염불…연봉 차이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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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3-2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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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의 유리천장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매년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여성 임원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관리자급 인력 중 여성 비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권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가 유리천장을 방탄천장으로 발전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각 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상무 이상 여성 임원(사내·사외·비상임·미등기상근) 비중은 총 117명 중 8명으로 6.8% 수준에 그쳤다. 직전년도(9명)보다도 오히려 1명이 줄었다. 이마저도 2명은 사외이사였다. 실질적인 은행업무에 관여하는 여성 임원은 6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 중 대부분은 상무급에 편중됐다. 여성 부행장보를 둔 곳은 신한은행(2명)이 유일했다. 국민·우리·하나은행은 여성 부행장이 없었다. 이외에 전무급은 1명(하나은행), 상무급은 3명(국민 2명, 신한 1명)이었다.

올 들어 여성 임원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상근 인원 중 2명의 자리가 줄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왕미화 자산관리(WM)그룹 부행장보가 퇴직하면서 부행장급 임원 1명이 감소했다. 국민은행도 조순옥 준법감시인 상무가 KB신용정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은행은 백미경 소비자보호그룹 전무가 퇴직했지만 대신 노유정 손님행복그룹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여성 승진 제한 폭이 컸다. 우리은행은 작년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이 전무했다. 직전년도 2명에서 줄어든 수치다. 올해 신규 선임된 임원 명단에도 여성은 없었다. 하나은행은 백 전무가 퇴직하면서 전체 여성 직급의 무게감이 줄었다. 유일한 상근 여성 임원인 노 상무의 성별도 사업보고서 상에는 남성으로 잘못 기재돼 있다.

이를 두고 은행권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가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여직원의 육아 휴직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2~3년 수준이다. 그러나 업무 복귀 후 한직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려졌다. 사실상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걸 제한하는 구조다. 은행 내 보수적인 남성 중심적 기조도 여전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 채용 규모가 확대된 건 긍정적이지만, 승진 기회가 적다는 건 여전히 금융이 여성에게 배타적이라는 의미”라며 “중간급 이상 직원들의 활발한 육성을 위해서는 보육지원 등의 사회적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내 남녀 직원의 평균 급여 차이도 여전했다. 평균적으로 남성 직원의 급여가 여성 직원보다 3475만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남녀 직원 간 급여 차이는 하나은행이 3700만원, 신한은행 3600만원, 국민·우리은행 3300만원이다.

남녀 직원 간 근속연수 차이가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남직원이 19년 4개월, 여직원이 12년 10개월로 6년 6개월가량 차이가 났다. 이외에 △신한은행은 3년 11개월(남 17년 2개월, 여 13년 3개월), △우리은행은 2년 5개월(남 17년 9개월, 여 15년 4개월) △하나은행은 1년 10개월(남 16년 1개월, 여 14년 3개월) 순으로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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