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연임 동력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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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3-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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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채용비리 연루자 승진·금융위 갈등에 1년 만에 입장 급선회

  • 정은보·최운열 등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도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간 금융위와 정치권 등 외부 압력에도 적극적으로 두둔하던 금감원 노조 등 내부 직원들이 최근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직원들이 윤 원장에게 등을 돌린 데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측근 인사를 승진시킨 데 이어 금융위원회와의 잦은 마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권 말 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윤 원장 대신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최운열 전 의원 등이 차기 금감원장에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3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윤석헌 금감원장 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형석 기자]

금감원 노조는 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윤 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채용 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채용 비리 가담자를 승진시키는 등 윤 원장이 이번 인사 참사를 책임지는 방법은 사퇴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퇴임 압박은 윤 원장 선임 후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까지 금융위와 정치권 등에서 사모펀드 사태 책임론이 나올 때마다 윤 원장을 지지했다. 노조는 작년 1월에도 대규모 손실을 낸 국외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윤 원장이 금융위원회 눈치를 보지 말고 금융사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 원장을 두둔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사진=연합뉴스]

1년 새 노조가 윤 원장에게 등을 돌린 데는 채용비리 연루자의 승진 때문이다. 윤 원장은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과거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내부징계를 받았던 직원 2명을 핵심부서 부국장·팀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번에 승진한 A부국장은 2014년 인사팀 근무 시절 금감원 변호사 채용과정에서 임영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임모 변호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하는 등의 특혜를 줬다가 '견책' 처분을 받았다. B팀장은 2016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김용환 당시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 김모씨가 필기시험에서 탈락했는데도 채용 인원을 부당하게 늘렸다.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들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금감원은 모두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금융위와의 잇단 대립으로 연봉 삭감과 퇴직 후 유관기관 재취업 문이 좁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윤 원장은 작년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금융위와 마찰을 빚었다. 결국, 금융위는 금감원의 올해 예산을 작년 대비 0.8% 늘어난 3659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초 금감원이 작년 대비 13% 증액을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금융위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퇴임 후 재취업 자리도 금융위 등에 뺏기고 있다. 2014년에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5곳의 주요 금융권 협회 부회장 자리를 모두 금감원 출신 인사가 차지했지만, 현재는 손보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전무직 두 자리만 금감원 출신 인사가 보전하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금감원 출신 서경환 손보협회 전무 후임에도 금융위 출신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조직에서 윤 원장의 사태 요구가 확산되면서 차기 원장에 대한 하마평도 나오고 있다. 새 원장 인물로는 정은보 대표와 김용범 차관 등 관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외부 압박에도 내부의 지지가 금감원을 움직이는 윤 원장의 핵심 동력이었다"며 "사모펀드 사태 이후 외부의 압박이 더욱 거세진 상황에서 내부까지 사태 요구를 하면서 윤 원장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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