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말해도 명예훼손?…헌재, 오늘 위헌 여부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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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2-2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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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헌법소원 선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상 직장 상사가 괴롭히거나 지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답답함에 못 이겨 제3자에게 털어놓으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소 황당할 수 있지만 현실이다. 지난 2003년 처음 '위헌론'이 제기된 이후 오늘날까지도 그렇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린다. 현행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진실인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는 게 논쟁거리다. 초점을 사실이 적시된 주인공 명예가 훼손됐는지 여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성이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수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헌법소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한 시민은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은 반려견이 실명 위기에 놓이자 담당 수의사가 벌인 의료 행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대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헌재가 단순위헌 결정을 내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이 죄목으로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인용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 법 조항은 그대로 유지된다.

지난해 9월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미투' 사건과 같은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힐 경우 가해자들이 되레 피해자들에게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 조항을 들어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법무부는 공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성적 지향이나 가정사, 병력 등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법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A씨가 기소된 당사자가 아니어서 심판 요건이 없다는 '각하'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혹은 합헌을 유지하되 위헌성 부분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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