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인프라코어 매각대금 8500억원···DICC 지분 확보에 절반 이상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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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2-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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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지분의 동반매도청구권을 조만간 행사한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온전히 매각해야 하는 두산그룹 입장에서 해당 지분을 되사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대금 8500억원의 절반 이상을 DICC 지분 매입에 소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PE, 하나금융투자 PE 등 FI들은 조만간 두산그룹으로부터 두산인프라코어 관련 회계자료를 전달받아 본격적인 동반매도청구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대법원 재판이 마무리된 이후 FI는 즉시 동반매도청구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재무자료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데다 설 연휴가 겹쳐 이번 달까지 지연됐다.

지분 20%를 쥐고 있는 FI가 동반매도청구권을 조만간 행사할 것으로 보여 DICC 지분 100%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관건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계약을 마무리한 두산그룹이 FI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행사할지 여부다.

이달 초 두산인프라코어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개된 계약 내용 중 DICC 잔여 지분 취득 등을 위해 조건부로 두산중공업이 자금조달 등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풀이하면 DICC 잔여지분 취득 의무는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DICC 지분 20%의 가치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두산그룹과의 협상 과정에서 FI가 보유한 DICC 지분가치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해당 가격이 FI의 투자원금인 3800억원보다도 낮은 등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시각이다.

FI가 DICC 지분 전량에 대한 외부 매각 권한을 보유한 만큼 사실상 DICC에 대한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엄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울러 DICC는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 중 20~25%를 담당하고 있다. DICC는 중국 외산 굴착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2015년 말 13%에서 지난해 말 23%까지 10%포인트 확대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인 캐터필러와 해외업체 기준 1위 자리를 두고 다툴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FI의 투자원금을 고려해 4500억원 이상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대금 8500억원의 절반이 넘어가는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DICC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차기 핵심으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두산그룹이 해당 지분을 되사와서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에 넘겨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도 "해당 지분에는 6000억원 이상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대금의 상당수가 DICC 잔여 지분 취득으로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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