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가 뽑은 별별 명장면] '세자매' 교회신, 호러영화처럼

최송희 기자입력 : 2021-02-13 09:12
*다음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 자매' 배우 문소리[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음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세 자매'(감독 이승원) 배우 문소리다.


영화는 겉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세 자매가 기억의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미안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소심한 첫째 희숙(김선영 분), 매사 완벽하고 싶은 가식 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분),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자유분방한 막내 미옥(장윤주 분)은 각각 실타래처럼 엉킨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삶은 어디서부터 엉켜있던 걸까. 세 자매는 그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문제들을 직면하고, 엉켜있는 매듭을 풀기 위해 애쓴다.

문소리가 맡은 역은 둘째 미연이다. 신도시 자가 아파트, 잘나가는 교수 남편과 말 잘 듣는 아이들까지. 미연은 겉보기에 남부러운 것이 없는 인물이다. 독실한 믿음을 가진 성가대 지휘자로 나무랄 데 없는 가정주부의 면모를 뽐내지만, 그는 순전히 미연의 의지로 만들어진 모습이다. 그간 쌓인 고통과 상처는 내면에 숨긴 채 살아왔고 남편의 외도로 모든 것이 흔들리며 과거의 상처까지 건드리게 된다.

"교회 신, 정말 중요했죠. 효정(임혜영 분)이와 나누는 눈빛에서 모든 감정이 다 드러나야 하는데, 한 장면에서 두 인물의 역사를 담아내기도 쉽지는 않았어요."
 

영화 '세 자매' 스틸컷[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문소리가 언급한 교회 신은 미연의 성격이 매우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남편이 학교 제자이자 자신이 매우 아끼는 학생 효정과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의 주변을 맴돌며 효정을 감시하고 나선다. 그는 효정과 남편을 보며 분노하는 대신, 효정의 손을 맞잡고 기도하며 울분을 터트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밤에 기도하는 장면은 많이 편집되었더라고요. 효정이와 손을 잡고 기도하는데, 거의 울면서 절규하는 장면이었어요. 김선영 씨가 직접 기도문을 첨삭해주셨죠. 어려운 장면이었고 감정이 센 데다가 절규하느라 다음 날 목이 쉬어버릴 정도였어요."

그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잠이 든 늦은 밤, 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미연은 결국 효정을 찾아간다. 그와 함께 절규하며 기도를 올렸지만, 남편과 효정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효정을 폭행하고 늘 그렇듯 다정한 목소리로 어르고 달래기까지 한다.

"다 같이 모여서 자는 장면, 효정이의 머리를 발로 힘껏 밟는 신이 있는데 그게 참 어렵더군요. 잘 웅크리고 머리 부분에 인형 머리를 숨기고 밟았어요. 기억이 많이 나요. 찍어놓고 보니 무시무시해서 호러 영화 같기도 하고…. 해당 장면에 관해 어떻게 감정 조절을 할 것인지 감독님과 의견을 많이 나눴죠."

미연은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목격,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한 경험이 있다. "밖에서 낳아온 첫째 희숙"과, "막내아들"은 언제나 폭력의 타깃이었다. 반복되는 폭력 속 미연은 환멸을 느꼈고 종교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영화 '세자매' 스틸컷[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교회는 미연에게는 가정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 사랑,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장소 같아요. 그 안에서 인정받고 성장하고 발전한 경험이 크게 작용한 거죠. 감독님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그러다 보니 교회, 교회인들에 관해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고요."

영화 '세 자매' 속에는 다양한 기독교인들이 등장한다. 목사만 보더라도 미연이 다니는 대형 교회의 목사는 세련된 스타일이지만, 아버지가 다니는 교회 목사는 서글서글하니 친근한 이미지다. '목사'만 보아도, '세 자매'가 기독교에 관한 어떤 시선을 가지고 풀어가고자 했는지 읽어볼 수 있는 부분.

"미연의 교회 목사님, 시골의 목사님 두 분 모두 다른 타입이죠. 즉 기독교 한 가지 시선으로 비판하거나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예요. '목사'라고 해도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고, 종교를 보는 신도의 입장도 경험도 미연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감독님이 그 부분에 관해서는 많이 열어두려고 하신 것 같아요."

앞서 문소리는 '미연' 캐릭터를 두고 "나와 닮아 있어 감추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라고 고백했던바.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그가 가지는 '마음'이 나 같을 때가 많았다"라고 털어놓았다.

"뭐랄까요. 살다 보면 조금 허술할 때나, 잘 모르고 실수할 때도 있잖아요. 그럼 '아이고! 이렇게 돼버렸네!' '미안합니다' 하면 되는데 그런 걸 잘 못 해요. 미연도 그런 구석이 있죠? 제 성격과 닮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부분(성격)은 아니에요. 무슨 마음인지 알아서 더 짜증 나는 데가 있었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재미있는 인물이었고 배울 것도 많아서 즐거웠지만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촬영 날이 다가오니 '에라 모르겠다' '네가 나고, 내가 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죠. 캐릭터를 이겨냈다기보다는 알아서 기어들어 간 느낌? 하하하."

'세자매' 배우 문소리[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미연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종교에 마음을 붙인다. 그는 완벽한 가정, 삶에 '집착'할 정도이고 교회도 그중 한 가지라 여겨진다. 미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 문소리에 관해서도 궁금해졌다. 그 역시 미연처럼, "절실하게 무엇인가에 매달려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글쎄요. 중·고등학교 때 교우 관계가 넓고 외향적이지 않았어요. 주로 책을 읽고 바이올린을 켜는 걸 좋아했죠. 음악에 의지하곤 했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연극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했지만…. 미연처럼은 매달린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영화 '세 자매'가 더욱 화제를 모았던 건 문소리가 주연 배우와 동시에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 문소리는 '세 자매'의 시나리오를 읽고 "관객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었고, 작품에 더 큰 보탬이 되고 싶었다"라며 공동 프로듀서로 첫발을 내딛게 된 이유를 밝혔다.

"비즈니스 미팅 등 대외 활동은 PD님께서 하셨고, 저는 작품에 관한 글을 쓰거나 필요한 경우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요. 대외적인 업무가 '주'는 아니었어요. 대신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함께 수정해나가고 다듬었죠. 스태프 구성에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요,"

한편 영화 '세 자매'는 지난해 열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 2020 선정,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지난 1월 27일 개봉해 현재까지 총 누적 관객 수 7만 3413명을 동원했다. 러닝타임 115분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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