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첩 몰려 억울한 옥살이…송형섭씨 가족 47년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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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1-02-0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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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가족 5명 '여간첩 채수정 사건' 연루

  • 간첩방조·군기누설 등 재심서 누명 벗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서울고등법원 제공]

 
1974년 이른바 '여간첩 채수정 사건'에 연루돼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일가족이 47년 만에 재심 끝에 누명을 벗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방조·군기누설 등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송형섭씨 일가족 5명 재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여간첩 채수정 사건'은 1970년대 세 차례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채수정이 대전·전주 등지 학원·농촌에서 반정부·사회 혼란 봉기를 일으키려 했다는 사건이다. 

채수정은 세 번째 남파 두 달 만인 1974년 4월 치안국(경찰)에 붙잡혔으며, 당시 치안국은 채수정이 7개 고정간첩망 조직·활동을 지휘했다며 28명을 검거했다. 당시 주요 언론에서는 채수정을 거물급 간첩이라며 해당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송형섭씨 가족은 당시 경찰이 발표한 7개 고정간첩망 중 하나로 공소시효가 훌쩍 넘은 간첩방조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1960년 10월 송형섭씨 이종사촌이던 임병선씨는 한국전쟁 당시 월북했던 형섭씨 친동생 송명섭씨가 남한으로 오게 된 것을 알고 본인 집에 머물게 한다.

이후 형섭씨는 명섭씨를 본인 집으로 데려와 오랜만에 재회했다. 이 과정에서 형섭씨 부인 이순례씨는 하루 동안 명섭씨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형섭씨는 아들 송재찬씨와 처남 이정노씨에게 명섭씨가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게 했다.

그러나 14년 뒤 치안국은 가족들을 채수정 고정간첩망 7개 지하조직 중 하나로 꾸몄다. 결국 송씨 가족 모두는 간첩방조·국가보안법위반·군기누설 등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형사지방법원은 그해 7월 이들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형섭씨는 징역 10년을, 나머지 가족들에게는 징역 3년6개월~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만 받아들여 형섭씨는 징역 5년을 나머지엔 징역 3년6개월을 내렸다. 이듬해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당사자인 재찬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17년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1월 개시 결정이 내려져 지난 2월 누명을 벗었다.

재판부는 송씨 가족들이 영장 없이 강제 연행된 다음 불법으로 가둔 상태에서 자백했으며, 압수 절차 역시 위법하다고 봐 자백과 증거물 능력이 없다고 봤다.

송씨 일가가 명섭씨를 본인 집에 머물게 했다가 북한으로 돌려보낸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간첩을 방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전쟁으로 서로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가족이 나타나 재회한 것을 간첩방조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재찬씨 역시 삼촌인 명섭씨에게 군에서 근무했던 내용을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송씨 사건 변호를 맡은 신동미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송재찬씨는 이전에 본인 가족에게 고통을 준 법원에 재심을 위해 다시 방문하는 것도 괴로워했다"며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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