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마오타이는 포장상자도 5만원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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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2-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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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제 앞두고 수급 불균형, 가격 급등

  • 징둥·티몰 유료회원에게만 예약판매

  • '53도 와하하' 등 암호로 암거래까지

  • 박스 뜯고 파니 박스까지 따로 거래

  • "수익률 2배 투자 기회 포기할 건가"

상하이 시내 한 대형마트의 주류 진열대. '마오타이 판매 완료'라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사진=바이두 ]


셴위(閑魚) 등 중국의 중고 거래 사이트에 접속하면 '53도 와하하(생수 브랜드) 팝니다' 등의 문구가 흔히 눈에 띈다.

마오타이를 암거래한다는 암호다. 마오타이 술병에 와하하나 눙푸산취안(또 다른 생수 브랜드)의 포장을 합성한 익살스러운 사진까지 첨부돼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춘제(春節·중국 설)가 다가오니 마오타이 값은 오른다. 가족 모임에서 함께 마실 요량이든 선물용이든 투기용이든 많은 이들이 마오타이를 찾는데, 정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정상가의 2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건 애교다. 중개상을 자처한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유료 회원에게만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

매점매석을 막겠다고 겉포장을 뜯어서 파니 포장 상자가 300위안(5만1000원)에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된다.

마오타이의 비정상적인 가격과 유통 구조는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원하는 이는 많은데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쯤 되면 고질이다. 손익을 따져 본 뒤 직접 비행기를 타고 마오타이 생산지에 가서 사오는 사람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중국은 해마다 반복되는 이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가.

◆"없어서 못 판다" 2배 뻥튀기는 기본

대중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마오타이 페이톈(飛天) 브랜드의 출고가는 969위안, 정상가는 1499위안이다.

하지만 이 가격에 마오타이를 손에 넣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베이징의 한 주류 판매상은 "춘제를 앞두고 수요가 많아지니 마오타이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며 "들여오는 가격이 2800위안이라 팔 때는 웃돈을 더 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 황푸구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그쪽 상황을 물었다. 대형 마트에서 텅텅 비어 있는 마오타이 진열대를 보고 있으니 점원이 다가와 소량이 남았는데 한 병에 2900위안이라고 귀띔해 줬단다.

또 다른 상하이 시민 왕(王)씨는 중국 언론에 "아버지께 마오타이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전문 판매점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며 "결국 다른 주류 판매점에서 2020년산 마오타이를 3300위안에 샀다"고 토로했다.

기자가 직접 판매상과 연락을 취했다. 1인당 2병까지 팔 수 있고 가격은 2900위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은 수량이 얼마 없으니 서두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생수 브랜드로 포장돼 암거래되는 마오타이(왼쪽)와 징둥의 마오타이 예약 판매 화면 캡처.[사진=웨이보·징둥 ]


◆"포장 뜯고 팔라" 하니 박스 거래

마오타이를 정상가에 구매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징둥과 티몰 등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지난 2018년부터 제휴를 맺고 마오타이를 정상가에 판매하고 있다.

징둥에 접속해 확인해 봤다. 3일 정오부터 시작되는 마오타이 폐이톈(1499위안) 예약 판매에 64만5000명이 몰렸다.

지난달에는 1515병을 판매하는데 135만명이 예약했다. 당첨 확률이 0.11%에 불과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는 유료 회원에게만 구매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징둥에서는 최소 99위안을 내야 가입할 수 있는 플러스(PLUS) 회원만 마오타이 예약 판매에 참여할 수 있다.

마오타이는 지난해 12월 21일 중개상 회의에서 가격 인상과 사재기, 고객 기만 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식을 진행했다.

올해 1월부터는 포장 상자를 뜯고 술병 단위를 판매하는 이른바 '탁상령(坼箱令)'을 실시 중이다.

상자 없이 팔면 가치가 떨어져 투기 세력이 매점매석을 하는 빈도가 낮아질 것을 기대한 조치다.

마오타이 측은 "부정기적으로 중개상을 방문해 마오타이 판매 수량과 뜯어진 상자 수량을 대조해 지침을 위반했을 경우 중개 인가 취소 등의 처벌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한 중개상들이 창고에 마오타이를 쌓아둔 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서 마오타이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니 가격이 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한 마오타이 중개상은 "지난해 생산된 페이톈의 경우 포장 박스를 뜯으면 2850위안, 박스에 들어 있으면 3450위안에 판매된다"고 전했다.

포장 박스만 따로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셴위 등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포장 박스와 봉인 스티커를 합쳐 300위안 정도에 거래된다.

해당 사이트에는 "마오타이의 미친 정책이 소비자들의 미친 행동을 불러왔다", "박스 제조업체에 문의하면 좀 더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수요>공급 "백약이 무효"

마오타이가 사치재 혹은 투기 대상으로 인식되는 건 사측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다. 당국의 싸늘한 시선도 부담스럽다.

유통 과정에서의 왜곡을 막기 위해 중개상 수를 지속적으로 줄였다. 2018년 상반기 말 3215개였던 중국 내 중개상은 1년 뒤인 2019년 상반기 말 2401개로 급감했다. 해외 중개상도 118개에서 106개로 소폭 감소했다.

수급 불규형 개선을 위해 생산량도 계속 늘리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5만200t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시설 확충을 통해 올해 생산량 목표치는 5만53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5000여t 늘어나는 셈이지만 시장 수요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궈하이증권의 위춘성(餘春生) 애널리스트는 "마오타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추세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마오타이 등 고급 재화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징은 감독 당국이 추진하는 마오타이 가격 제한 조치에 대한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차이징은 "정부는 국민 경제나 민생과 밀접한 재화에 대해 가격 개입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대중교통이나 수도, 가스 등이 대표적"이라고 언급한 뒤 "마오타이와 같은 일반 소비재는 정부가 가격을 제시·통제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익률 최소 200%, 투기 막을 수 있나

최근 중국의 혁명 성지인 구이저우성 쭌이(遵義)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쭌이에 있는 '마오타이 공항'에서는 마오타이를 정상가에 최대 2병까지 구매할 수 있다. 단 탑승권을 지참해야 한다.

중국 각지에서 오직 마오타이를 사기 위해 쭌이로 몰려드는 이유다.

이를 경험한 한 중국인은 "마오타이를 사오는 게 티켓 가격으로 지불하는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안겨 준다"며 "안 가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중국 SNS 위챗과 웨이보 등에는 '마오타이 사재기 전략'과 같은 명칭의 게시물이 넘쳐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마오타이 예약 판매 기간에 활동하는 해커까지 있다. 이들은 투기 세력으로부터 돈을 받고 마오타이 사재기를 시도한다.

각종 사이트에는 '마오타이 약탈 소프트웨어'가 50~60위안에 거래되기도 하는데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묵힐수록 가치가 오르는 바이주(白酒, 고량주)의 특성상 미리 사놓은 마오타이는 해가 지날수록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한 마오타이 중개상은 "1499위안의 페이톈 마오타이를 3000~4000위안에 팔면 수익률이 최소 2배"라며 "이 같은 차익 실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특정한 해나 띠가 붙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2015년 양의 해에 생산된 출고가 849위안짜리 마오타이가 3년 뒤인 2018년에 양띠 남성에게 2만4000위안에 팔린 사례도 있다.

사모펀드를 조성해 마오타이에 집중 투자하는 둥바오전(董寶珍)씨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오타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가격을 통제하지 못하고 신속하게 판매되는 재화"라며 "단기적으로는 사측에 유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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