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신드롬] ②'분노의 버블'이 왔다…"불평등 임계점에 달했다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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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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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일으킨 전례 없는 '금융민란', 게임스톱 신드롬을 두고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렸던 대중들의 분노를 대변한다는 의견부터, 신기술을 이용한 탐욕의 광기를 보여준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태가 공매도의 순기능까지 없앨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평등에 지친 대중들의 금융민란···"분노가 동력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컬럼니스트 세바스찬 맬러비는 지난달 31일 오피니언을 통해 헤지펀드를 옹호하는 글을 실었다. 여기에는 무려 10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맬러비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맬러비는 칼럼을 통해 최근의 게임스톱 현상을 두고 순수하게 바보 같은 판타지였던 17세기 튤립 열풍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스톱 주식의 가치를 무시하고 대중들은 그저 상승을 보고 달려든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이들의 타깃은 헤지펀드와 공매도 세력이다"라면서 "그러나 헤지펀드는 그저 규모가 작은 회사일 뿐이며, 금융위기 당시 대마불사로 지원을 받았던 대형 금융기관들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헤지펀드가 얻은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맬러비는 오히려 공매도 리포트를 내는 이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는 일부 기업들의 잘못을 밝혀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레딧 이용자들이 공매도 베테랑인 앤드류 레프트의 항복을 받아낸 것도 비판했다. 시트론리서치를 세운 레프트 대표는 29일 공매도 리포트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대신 매수 추천 리포트를 내겠다는 것이다. 레프트 대표는 최근 사태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트위터 계정을 해킹과 가족들에 대한 위협 메시지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맬러비의 의견에 대해 대중은 게임스톱 현상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 독자는 "이것은 게임스톱이나 레딧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임계점에 대한 것이다"라면서 "증가하는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최대치에 달했으며. 최근의 현상에 대해 단순히 경고의 신호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존 아서스는 지난 27일 "게임스톱 현상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다"라고 지적했다. 자산시장에서 가격을 올리는 대부분의 동인은 탐욕이지만, 게임스톱 현상은 '분노'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서스는 "오늘날 투자하는 이들은 세대 간의 불평등, 2008년 금융위기 때 대형은행들의 구제, 가속화되는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당연한 분노를 등에 업고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 점이 다른 거품의 붕괴 현상과 게임스톱이 다른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서스는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의 고통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는 글을 썼다가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당했다고 고백한다. 다만 이들의 경고는 주목할 만하다는 게 아서스의 지적이다. 대중들은 가진 자들이 결국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성공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으며, 가난한 이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두지 않는다고 공격한다. 아서스는 "우리는 분노의 버블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서 "이를 예측하기는 더욱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전히 이같은 극단적인 버블은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이번 게임스톱 사태를 두고 미국 내 '불관용' 정서가 커지고 있는 또다른 신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달리오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더욱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보편적 분노와 다른 사람들을 무릎 꿇리려 하는 태도가 나라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들을 상처 입히고자 하는 욕망이 퍼져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최근의 움직임이 '반란'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대중들이 시장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또 지금 현재 개인투자자 집단의 모습이 과거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나도 어린 나이에 투자를 시작했으며, 반항적이었고 내 방식대로 시장을 무릎 꿇리고 싶어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인터넷 시대의 부산물···예전으로 못돌아간다"

레딧의 공동 설립자인 알렉시스 오하니언은 지난 2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를 굴복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현상은 커뮤니티들을 연결하는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진 현상으로 우리가 예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플랫폼이 무엇이 되든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하니언은 최근 움직임은 스스로 진화하면서 생명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10년 전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게임스톱에서 나타난 개인 투자자의 집단적인 움직임과 관련,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지난 28일 "레딧 내에서 뭉친 개인 투자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가 투자에 사용하는 정교한 데이터가 엄청나게 부족한 이들이다"라면서 "이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창립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월가의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성공적인 '가치 포착'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다"며 "규모가 크다고 해서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체계적인 헤지 펀드들이 이런 새로운 변동성의 원천을 통합하기 위해 자신들의 모델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집단의 영향력은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또다른 방식을 찾을 수도 있으며, 이에 헤지펀드가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 지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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