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전성시대, ‘프리미엄·2030’이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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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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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린마을, 한강나루생, 롤스로이스에 '2030'이 취했다

  • 온라인판매, 정기구독형, 캔막걸리 새바람

해창 롤스로이스 막걸리 [사진=해창주조장 제공]
 

나루생막걸리. [사진=한강주조 제공]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국내 막걸리 시장은 되레 훈풍이 불고 있다.

중장년층 '저가 주류'로 평가받던 막걸리가 고급화와 디자인 혁신을 통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까지 사로잡고 있어서다.

코로나로 인해 음식점 소비는 줄었지만 캔막걸리·해외수출·전통주 온라인 판매 등으로 '홈술족’ 판매채널을 다양화한 것도 막걸리 소비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 

규제 완화 영향도 톡톡히 봤다. 2015년 소규모 주류 제조 및 판매 면허가 막걸리 등 전통주까지 확대됐고, 지난해 '종량세' 시행으로 세제혜택을 보면서 프리미엄 막걸리를 잇따라 출시한 것도 시장을 키웠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6년 3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3500억원대 ▲2018년 4000억원대 ▲2019년 45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고, 지난해 5000억원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상품 출고가를 기준으로 한 국세청 기준으로, 실제 각 음식점과 유통채널 소비자 판매를 고려하면 연간 8000억~1조원에 달한다. 막걸리 1개 품목만으로 연간 1조원대 소비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막걸리는 1000~2000원대의 저가 주류로 평가 받았다. 서울 장수막걸리, 인천 소성주, 포천 이동막걸리 등 지역을 기반으로 판매돼 전국 단위 막걸리로 대중화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유통혁신·고급화는 물론 독립 양조장 다변화와 해외수출 전략개선 등 여러 방향에서 막걸리 판매 호조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전국 판매권 확보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유통가가 전면에 서고 있다. 대형마트 중 한 곳인 이마트는 지평주조와 손잡고 지난해 7월 스파클링 막걸리 ‘지평이랑이랑’을 출시했다. 이마트 막걸리 매출은 이후 전년 동기 대비 21.8%나 성장했다.

MZ세대를 겨냥한 고급화 전략도 눈길을 끈다. 최초의 샴페인 막걸리 ‘복순도가’가 대표적이다. 복순도가는 1만2000원이지만 마니아층이 두텁다.

프리미엄 막걸리 중에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생막걸리'로 꼽은 이른바 '롤스로이스 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해남 해창주조장이 출시한 ‘해창막걸리(18도)'는 11만원으로, 국내 최고가다.

해외 수출도 눈부시다. 막걸리 시장 1위인 서울장수의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0%나 올랐다. 신제품인 ‘장홍삼 막걸리’ 알코올 도수를 4도로 낮춘 게 주효했다. 국순당도 지난해 13% 정도의 수출 신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1∼11월 전통주 수출액이 67억9300만원을 기록했는데, 막걸리가 효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막걸리학교 등 전통주 교육훈련기관을 수료한 청년 사업가들이 맛부터 디자인·마케팅 등에 혁신을 꾀하고, 인공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는 희소성을 강조하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성수동 한강주조를 비롯한 ▲구수동 구름아양조장 ▲논현동 C막걸리 등이 2030세대 막걸리 마니아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느린마을막걸리 [사진=배상면주가 제공]
 

1000억 유산균시리즈 막걸리.[사진=국순당 제공]


그런가 하면 '배상면주가 포천LB'처럼 기존 주류막걸리 제조업체가 지역 농민조합과 합작해 전통주 신제품을 출시하며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배상면주가 포천LB가 출시한 프리미엄 막걸리 '느린마을막걸리'는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증가하며 실적 향상이 뚜렷하다. 업체는 자체 판매 플랫폼인 '홈술닷컴'을 통해 실시한 '막걸리 정기구독 서비스'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국순당 역시 프리미엄 막걸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 시리즈가 지난해 313만병 넘게 팔리는 등 고급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국순당은 2018년 '1000억 유산균 막걸리' 출시에 이어 지난해 4월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를 잇따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했다. 국순당은 1000억 시리즈를 캔막걸리로도 공급해 보관 및 운반 편의성도 극대화했다.

막걸리 판매량이 늘자 그간 마케팅에 소홀했던 지역 막걸리 업체도 트로트 가수 영탁(예천양조·영탁막걸리), 이찬원(새순천양조·황칠플러스생막걸리) 등을 홍보모델로 기용하는 등 이미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서울탁주, 국순당, 배상면주가 등 기존 막걸리 시장을 이끌었던 업체는 물론 소규모 지역 양조장까지 코로나19로 인해 '홈술·혼술' 트렌드가 유행하자 프리미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건강한 저도주'를 찾는 젊은층의 새로운 기대심리가 막걸리 시장 전반의 매출 신장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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