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코로나19 상황서 재무구조 개선 성공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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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1-2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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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뚜렷한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사이 주력 계열사에 현금만 쌓이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그룹의 방향성이 표류하는 동안 주력 계열사의 실속 없는 재무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 주력 계열사의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발 경쟁 심화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태광그룹은 총수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나 그 때에는 성장에 중요한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지난해 9월 말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2191억원으로 지난 2011년 4120억원 대비 177.82%를 늘었다. 같은 기간 49.2%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은 21.8%로 27.4%포인트 줄었다.

태광산업과 함께 그룹에서 단 둘 뿐인 상장사인 대한화섬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대한화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0억원에서 338억원으로 33배 넘게 늘었다. 부채비율은 34.1%에서 16.5%로 17.6%포인트 개선됐다.
 

[사진=각 사]

이 같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태광그룹의 과거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1961년 설립된 태광산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 50여년 동안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고수해왔다. '벌어들인 만큼 다시 투자한다'는 이임용 창업주의 경영방침이 엄격하게 집행된 결과다. 실제 2002년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22.9%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경영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04년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현재 케이블 시장의 강자로 성장한 티브로드를 직접 만들어냈다. 2000년대 초반 한국도서보급을 계열사에 포함시키는 등 과감한 인수·합병(M&A)을 단행하기도 했다. 재계순위 50위권이었던 태광그룹이 30위권으로 올라선 것이 이 당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주력 계열사의 부채가 다소 확대됐다. 2011년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49.2% 대한화섬의 부채비율은 34.1%를 기록했다. 다만 재무구조가 다소 악화된 것보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한 것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이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태광그룹 회장직을 사퇴하고 법정공방에 돌입하면서 주요 계열사 및 그룹 전체가 과거 경영방침으로 돌아가게 됐다. 실제 태광산업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가까이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서도 그 어떤 대규모 M&A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미래 성장동력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과거 경영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재계에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최근 재무구조 개선에 실속이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문제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가 사라진 채 실속 없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한 사이 주력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누적 3분기(연결기준 1~3분기) 매출 1조3290억원과 영업이익 5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2조2423억원, 영업이익 2503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각각 40.7%, 76.9%가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한화섬의 매출액은 841억원에서 644억원으로 23.42%, 영업이익은 45억원에서 34억원으로 24.44% 줄었다.

지난해 실적 악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든데다 중국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올해도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업체가 주도하는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내년은 돼야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상황에서 내년까지 속수무책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을 방치한다면 향후 그룹의 상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를 직접 챙겼던 경영형 오너인 이 전 회장이 갑작스레 물러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이 올스톱 되고, 안정을 지향한 과거 경영방침으로 회귀한 것 같다"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그룹들도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복귀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2년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구속됐다. 이후 정상적으로 수감 생활을 했다면 형기를 마칠 수 있었으나 구속 뒤 두 달여 만에 건강으로 형 집행이 정지된 채 최근까지 불구속 상태로 있었다. 그러다 2019년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지면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다.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흥국생명빌딩.[사진=태광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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