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원전 논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이경태 기자입력 : 2021-01-18 06:00

이경태 편집국 경제팀 팀장[사진=아주경제 자료실]



탈원전. 문재인 정부 들어 원자력발전소에 따라붙는 꼬리표다. 최근 삼중수소로 인해 경주 월성원전 부지가 방사능에 광범위하게 오염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시선은 공교롭게 탈원전 '고수'냐 '폐기'냐로 쏠린다. 삼중수소가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실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정쟁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들린다.

월성 원전의 지하수 배수로에서 최대 71만㏃(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차수막 파손도 7년이나 지난 것으로 전해진다. 핵연료 저장수조의 지하수에서 과도한 삼중수소가 나왔다는 말도 들린다. 

수소원자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구성된다. 삼중수소원자는 수소원자에 중성자가 2개 더 붙는다. 그래서 삼중수소는 수소보다 3배 더 무겁다. 

사실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폐기물과 달리, 귀하신 몸으로 통한다.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체의 핵심 연료로 이용될뿐더러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검색대에도 쓰인다. 산업계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다보니 1g에 2700만원을 호가한다는 말도 나온다.

인체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고농도의 삼중수소에 노출되면 세포 사멸, 유전적 손상, 생식기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 시민들 입장에서는 덜컥 겁부터 날 것 같다. 

다만, 정치권이 더 성화다. 민주당 국회의원 34명은 지난 13일 당 환경특별위원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의 방사성 물질 관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이들은 20~30년 동안 가동해 온 노후 원전의 총체적 문제를 따졌다. 노후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에 힘을 보탠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월성원전을 방문해 노후 원전 문제를 재차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 의원단이 지난 14일 월성원전 현장을 찾아갔다. 이들은 15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번 월성원전 논란을 광우병 괴담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최근 언행을 보면, 향후 선거를 위한 주도권 다툼 같아 보인다. 여권은 당장 몰려드는 원전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해 탈원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고, 야권은 검찰 수사가 정권의 핵심으로 향해가니 물타기를 한다며 여권을 몰아세우고 싶은 요량이라는 지적이 들린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일단 안전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치적인 해석으로 이어질까봐 조심스럽기만 하다. 한수원의 과실을 꼬집는 여권에 대항하기도, 야권에 기대기도 힘든 상황이다. 최근 한수원 사장이 SNS에 '삼중수소 유출이 없었다, 극소수 운동가가 주장한 무책임한 내용의 확산이 없어야 한다'는 식의 글을 게시한 것도 정치권의 입방아에 오른다. 여당 지도부에 항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다보니 한수원은 입단속부터 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오는 4월에 재·보궐 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이들의 행동이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원전 논란이 선거를 염두에 둔 기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동을 보면서 환경단체와 국민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전 문제를 정쟁으로만 끌고 갈 게 아니라 원론적으로 '경제성'과 '안전성' 여부를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전의 문제를 두고 한수원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내놓을 대책이 시민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또 원전에 대한 문제를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놓고 해답을 찾아왔던 정부와 전문가들의 시선이 합당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분법적인 논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국제적인 대전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원전을 둘러싸고 공격과 방어에 나설 게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면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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