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안 차는' 학대죄 양형기준…양형위, 국민 눈 높이 맞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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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1-01-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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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이 살인죄와 거의 비슷한데도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살인죄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게 정해져 있는 만큼 양형기준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더구나 아동학대 사건에서 학대치사죄(혹은 상해치사) 대신 살인죄 적용을 요구한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법부가 사회적 변화에 맞춰 양형을 제때 손질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또다른 논란거리로 떠오른 산재 사망사고 사업주 처벌도 결국에는 사법부의 늑장걸음이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가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살인죄로 처벌해달라... 왜 매번 청원해야 하나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이 10∼16년으로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징역 이상 중형도 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동학대치사 경우 기본 4∼7년, 가중 6∼10년에 불과하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 가해 양부모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23만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아동학대가 강한 처벌을 받는다는 선례를 남겨달라고도 적었다.

가해자인 양모 장모씨는 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살인죄 적용에 관한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 법정상한형은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이다.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살인죄나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살인 혐의가 인정되는면 장씨 형량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이 10∼16년으로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징역 이상 중형도 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동학대치사 경우 기본 4∼7년, 가중 6∼10년으로 상대적으로 기준이 낮다.

국민들이 굳이 청와대 게시판으로 몰려가 살인죄로 처벌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동학대치사로 처벌받을 경우 죄질에 비해 약한 처벌을 받을 것을 걱정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판결이 확정된 아동학대 사망사건 31건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평균 형량은 징역 7년이었다. 가해자는 피해 아동 엄마와 새엄마가 각각 9명, 아빠는 7명이며 피해자 평균 연령은 5.7세였다.
 
정부도...판사도... 지적 잇따르는 학대치사죄 양형기준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아동학대를 한 사람들을 제대로 벌을 줘야 하는데 양형기준이 너무 미흡하다"며 "양형위와 직접 접촉해 양형기준을 상향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번 'n번방 사건'이 있었을 때도 정부가 양형위에 직접 양형기준을 높여달라고 했었다"며 "이번 문제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원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위탁모로 일하며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를 저지르고, 폭행으로 위탁받은 아이를 숨지게한 A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을 확정한 바 있다. 양형기준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양형이다.

현행 아동학대 양형기준은 2014년 10월 처음으로 시행됐다.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2014년 1월 28일 처음으로 제정됐는데 이에 발맞춘 것이다.

범죄유형이나 국민 법감정 등과는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실제로 양형위는 2018년 8월 15일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엄정한 처벌을 바라는 공감대를 반영해 전 구간에 대한 상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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