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빌미된 '사랑의 매' 이젠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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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1-01-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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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동체벌에 대한 빌미로 여겨졌던 민법상 자녀에 대한 부모 징계권이 사라졌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기존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가 아동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징계는 사실상 체벌과 같은 의미로 풀이돼 부모 체벌을 합법화하는 규정으로 오인돼 왔다. 아동학대 가해자인 부모들은 관련 사건 재판에서 '훈육을 위한 징계'라며 혐의를 부인하곤 했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모가 아동을 심하게 체벌하면 형사사건으로 넘어갔지만 약한 정도는 가정법원이 부모에게 교육을 받게 하는 판단 등을 내렸다"며 "가해자 대부분이 징계권을 근거로 항변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법원은 징계권을 인정해 왔다. 2002년 대법원은 자녀를 야구 방망이로 위협한 부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고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며 "건전한 인격 육성을 위해 필요 범위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판결은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체벌도 가능하다'는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민법 915조가 사라진 지금은 모든 체벌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 교수는 "지금까지는 징계권으로 (체벌이) 인정됐지만 이제는 그럴 여지가 없다"며 "체벌을 하면 아동학대로 형사처벌 되거나 가정보호 사건으로 제재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훈육 방식으로 때리거나 욕을 했던 사람들은 훈육 방식에 대한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재작년 아동학대 건수는 3만건이 넘는다. 사망한 어린이도 43명에 이른다. 특히 가해자 77%는 부모였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해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만 4만건가량이 들어온다"면서 실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를 체벌하면 가해자와 아동을 즉시 분리하고, 수사기관은 바로 신고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는 이런 아이들을 위한 아동보호시설 확충도 요구했다.

승 연구위원은 민법 915조는 가부장적인 사상으로 인해 부모가 자녀를 소유한다고 보고 생긴 잘못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민법에 따라 훈육이라는 개념 아래 체벌이 정당화돼왔다"며 "이처럼 잘못된 조항은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조항이 없어진다고 아동학대가 즉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정기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처럼 아동학대 관련 왜곡된 생각도 교육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체벌을 약하게 한다고 해서 훈육이 되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체벌은 무조건 안 되는 것"이라며 "훈육과 체벌에 경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체벌은 아이가 단지 겁을 먹게 만드는 것이라 훈육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체벌을 금지하면 더 좋은 훈육에 대한 올바른 논의들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정 교수는 "아동복지법은 자녀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체벌이 쉽고 간단한 방법이어서 훈육에 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훈육 방식도 고민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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