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 시민 저항 불러일으킨 정부의 '코로나 방역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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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1-01-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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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우리 국민들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정부의 코로나 방역에 협조해 왔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이나 음식점, 커피 매장 등에서 실시하는 전화번호 적기, 발열 체크에도 별다른 불만 없이 응했다. 확진자나 감염 의심자들이 언제, 어디에 갔었는지를 파악하는 정부 조치에도 ‘사생활 침해’라고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방역을 위해서는 개인의 인권이나 사생활의 비밀은 침해될 수 있다고 여겼다. 외국 일부 언론들은 한국에서 코로나 방역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순응적인 유교 문화’를 꼽을 정도였다. 한국인들이 유교 문화에 익숙해 정부 통제에 잘 따르고 그 덕분에 코로나 확산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 방역이라는 전체의 이익을 앞세워 개인 기본권 침해를 당연시하는 '코로나 전체주의',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과의 사전 협의나 이들에 대한 설득 과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밀어붙이는 '코로나 독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자영업자들, "언제까지 일방적 희생 강요당하나"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정부의 '코로나 전체주의'와 '코로나 독재'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헬스장, 카페,노래방,음식점 업주들이 국회 앞에서 정부 규탄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그동안 자발적인 휴업으로 방역에 기여해왔는데 3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정부는 또다시 실내체육시설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며 "유독 실내체육시설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조치에 대한 항의로 300여곳의 센터 문을 여는 ‘오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카페 업주 온라인 커뮤니티인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일관성·형평성이 없다"며 "카페에서도 홀 영업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는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장기간의 강제 집합금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방역 협조로 남은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다. 피해 규모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손실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협회는 "지난 1년간 ‘방역 협조’ 즉, ‘강제적 희생’을 이유로 행정명령이 내려올 때마다 우리는 어떤 항변도 하지 못하고 가족 생계의 기반이 되었던 영업장의 문을 닫아야 했다"고 호소했다.

광주광역시의 유흥업소 700여곳은 지난 5일 오후부터 간판을 켜고 가게 문을 열었다. 사단법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부는 오는 17일까지 이같은 단체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자영업자들은 법적 소송에도 나서고 있다. 호프집·PC방 등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제한 조치에 손실보상 규정이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 했다. 이들은 "적절한 손실 보상책 없이 제한 사항만 강제하는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국가에 손해 배상 청구 소송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저항하고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동안 정부 통제 때문에 영업을 못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과 정부의 통제 조치에 형평성이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생계를 위협받으며 협조했는데도 실질적 손해 보상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같은 실내 스포츠 업종인데도 태권도장은 영업이 허용되고 헬스장은 금지되는 식으로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코로나 방역을 앞세운 정부의 일방적 강행 조치에 더 이상 순응만 할 수는 없다는 선언이나 같다.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이다. 이들의 움직임에는 보다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문제 제기가 담겨 있다. 정부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어느 정도까지 침해할 수 있는지, 개인은 이런 정부 조치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 하는 것이다.

정부, 너무 손쉽게 개인 기본권 침해 정책에 의존

개인 기본권 제한에 관한 원칙은 헌법 제37조②항에 나와 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의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익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자영업의 영업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영업 활동 금지가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냐이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영업 금지는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는 그 본질적 내용의 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영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생존을 위협하는 과도한 침해이고 따라서 영업 활동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식의 하나는 영업 금지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적절히 보상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에게 코로나 지원금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액수와 횟수로 볼 때 현재의 코로나 지원금으로 자영업자들의 영업 금지에 따른 손실이 적절히 보상될지는 의문이다. 영업 활동 금지라는 희생을 가능한 한 최대한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지원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 방역을 앞세워 너무 손쉽게 국민 기본권을 제한한 측면도 있었다. 작년 가을 코로나 확진자에게 중등 교원 임용 시험 응시를 금지한 게 대표적 사례다. 확진자는 자기가 원해서 감염된 게 아니다. 감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이다. 또한 1년에 한번 치르는 시험에 응시를 못하게 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손해다. 정부가 특별 대책을 세워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할 수 있었고 그래야 했다.

법무부는 작년 12월 29일 코로나 확진자에게 변호사 시험 응시를 불허한다고 공고했다. 변호사 시험 수험생들은 헌법재판소에 기본권 침해라며 법무부 공고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확진자도 시험을 보게 하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확진이 되더라도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할 수 있고, 자가격리대상자의 경우에는 단지 감염의 위험이 있을 뿐”이라며 “감염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이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공고에 따라 응시 기회를 잃게 될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과도한 기본권 제한은 안 돼"

헌재 결정의 이유 중 눈여겨 볼 대목은 두 가지다. ‘감염 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것과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확진자라도 시험을 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무조건 응시 불가’라는 손쉬운 길을 택한 게 잘못이고, 이처럼 시험을 아예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아무리 전체의 이익,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이라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하는 정부 조치를 당연한 듯 여기는 풍토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익을 위해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당하는 당사자의 입장과 처지도 생각할 때가 됐다. ‘코로나 전체주의’ ‘코로나 독재’를 당연시할 수록 정부는 어떤 정책 시행에 앞서 심각하게 고민하기보다 손쉬운 대책에 안주하게 될 위험이 크다. '중등교원 또는 변호사 시험 응시 금지', '태권도장은 허용-헬스장은 금지' 같은 게 손쉬운 대책의 전형이다. 손쉬운 대책이 남발되면 우리 중 누구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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