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니어 네티즌, 실버 경제 판을 흔들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예지 기자
입력 2021-01-07 01: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코로나 이후 실버 엄지족 급증, 비대면 소비 핵심 고객 떠올라

  • 라이브커머스, 시니어 모델 '왕언니' 내세워 실버시장 이끌어

  • 광장춤 추던 어르신들 소비 기준 건강서 도전으로 급속 이동

"어렸을 때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꾸미고 다니지 못했는데, 이제는 내가 입고 싶은 건 뭐든지 산다. 왕(汪)언니가 방송에서 알려준 것처럼 매일 외출하기 전에 마스카라와 립스틱을 바르고 나간다."

올해 70세인 량씨는 최근 중국 경제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자신을 꾸며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왕 언니는 중국에서 '실버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왕비윈이다. 인플루언서를 따라하는 등, 중국에서 생산 연령에서 물러나 자식들 도움으로 여생을 보내는 기존의 소극적 노년 대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중국 노년층 소비 트렌드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노년층의 소비기준이 '건강'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도전'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생긴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자리매김하면서 노년층 역시 젊은 세대에 못지않게 인터넷 및 모바일 온라인 플랫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왕비윈 라이브커머스 방송 캡처 [사진=더우인]

中 실버 경제 이끈 라이브커머스

지난해 중국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소비시장, 이른바 실버 경제를 라이브커머스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인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중계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판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비슷한 형태다. 다만 판매자가 시청자와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하면서 자유롭게 묻고 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홈쇼핑보다 사용자 참여도가 훨씬 높다.

라이브커머스 분야에서 단연코 눈길을 끄는 실버 세대가 있다. 바로 '백발 리자치(李佳琦·Austin)'라는 수식어가 붙은 왕비윈이다. 방송 한 번에 100억 매출을 달성하는 중국 대표 인플루언서인 리자치처럼 왕비윈 역시 실버 세대 가운데 영향력이 강하다.

실제로 왕비윈은 지난해 중국 쇼트클립(짧은 동영상) 동영상 앱인 더우인(抖音, 틱톡)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통해 단 한번 방송에 530만 위안(약 8억9575만원) 상당의 매출을 거뒀다. 당시 왕비윈은 실버 세대를 겨냥한 화장품, 건강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다. 5일 기준 더우인에서 160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왕비윈뿐만 아니라 장쑤젠, 판치양 등 실버 모델도 최근 2년 사이 라이브커머스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이에 중국에서 '실버 모델', 즉 시니어 모델을 활용한 제품 홍보가 늘어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4일 보도했다. 중국의 기업들은 노년층을 잠재적인 '소비 금광'으로 여기고, 이들을 겨냥한 각종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더우인 채널인 '패션 그랜드마'가 대표적이다. 패션 그랜드마 채널에서는 실버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하거나 심리 상담 등을 한다.

허다링 패션 그랜드마 창립자는 SCMP에 "초반에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으나, 실버 세대들의 매력이 크다고 판단, 실버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실버 인플루언서를 통해 노년층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젊은 세대와는 다른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고 했다.

중국 고령화가 심화되는 만큼, 중국 실버 경제도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2020년 중국 실버경제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버경제 규모는 2015년 2조4000억 위안(약 405조원)에서 2019년에는 4조3000억 위안으로 팽창했다. 연평균 15.2%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2024년에는 8조6000억 위안에 육박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코로나 속 급증하는 중국 '실버 네티즌·엄지족'

실버 경제가 이처럼 활성화된 것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난 실버 네티즌·엄지족의 영향이 컸다고 매일경제신문이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실버 네티즌'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공업정보화부(공신부)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50세 이상의 중국 실버 네티즌 규모가 22.8%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25%를 차지한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사이 실버 네티즌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실버 네티즌은 이 기간 동안 6100만명 늘어났다. 

모바일 이용자 수도 늘어났다. 중국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퀘스트모바일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 중 50대 이상이 1억명에 달하며, 이들은 매달 평균 모바일 인터넷 접속 시간이 136시간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증가하면서 중국 노년층들이 온라인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노인들은 빈번한 모바일·온라인 접속으로 심각한 '중독'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사진=바이두]

중국, 고령화 가속..."실버 경제 적극 육성해야"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중국의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말 기준 60세 이상 인구는 2억54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8.1%가 60세 이상이다. 65세 이상 인구도 전체의 12.6%인 1억6030만명이다.

중국 인구 사회학자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20년 후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5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노인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도 다뤄질 만큼, 중국 고령화 문제는 이미 수면 위에 올랐다. 노인 요양, 노인 경제, 노인 케어 서비스 시스템 개선은 물론 노인 관련 법을 정비, 고령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5중전회 권고에 명시됐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실버 시장이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며, 소비 또한 충분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미 중국 인구 사회학자들 사이에선 현실화된 고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버 경제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노인들이 사용하기 쉬운 노인 전용 제품과 노인 문화 콘텐츠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