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양 학대 신고 의사 "아이는 체념한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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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1-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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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 (양평=연합뉴스)


양부모 학대로 정인 양이 숨지기 전 경찰에 아동학대 신고를 한 의사 A씨는 "체념한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며 정인 양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앞서 정인 양과 관련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과 6월, 9월 세 차례나 있었다. 이중 A씨는 정인 양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신고자다.

소아과 전문의 A씨는 5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시 정인 양은) 영양 상태나 정신 상태가 불량해 보였고 어떤 급성 질환에 따른 일시적 늘어짐이 아닌 거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정인 양이 A씨 병원을 찾은 날은 지난해 9월 23일. 숨지기 20일 전이다. 이날 어린이집 원장은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 양의 상태를 보고 병원을 찾았다.

A씨는 "지난 5월 어린이집 선생님이 1차로 아동학대 신고를 했을 때, (정인 양) 허벅지 안쪽 멍 자국에 대한 아동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분들과 아동보호기관, 부모님이 같이 저희 병원에 오신 적이 있다"며 "6월에는 정인이 아빠가 (정인이) 왼쪽 쇄골 부위가 부어 있는 것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7월쯤에는 예방 접종하러 병원에 엄마가 (정인이를) 데리고 왔는데 구강 내에 깊고 큰 상처가 있었다"며 "9월 23일 날 정인이 모습을 보니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심각한 아동학대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신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신고한 뒤 경찰분들은 상당히 빨리 병원에 출동해 그동안 정인이에 대한 과정을 자세하게 말씀드렸다"며 "경찰분들도 잘 들으시고 바로 아동보호기관 담당자들과 정인이 부모님들을 만나러 가겠다며 했지만, 그 뒤로 연락은 없었고 어떤 조치가 취해졌으리라고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법적인 뚜렷한 물증이 없었다고 해도, 세 번이나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는 사실 아닐 가능성이 99%라고 하더라도 사실일 가능성 1%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6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어린이 전문 화초장지인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됐다. 화장한 유골을 화초 주변에 묻는 화초장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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