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코로나가 준 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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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입력 2021-01-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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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벌써 며칠째 집에만 머물러 있다. 연휴인데도 말이다. 어디 갈 데가 없지는 않으나 가려고 해도 주변의 눈치가 보인다. 해돋이며 백화점이며 가려고 하면 갈 수야 있겠지만 요즘은 발걸음을 떼기가 주저된다. 방송에서는 매일같이 코로나 뉴스다. 이런 시국에 어디서 누가 파티를 했다는 뉴스나 새롭게 변신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다시 무섭게 번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를 집에 가두게 한다. 이제 이런 주말이 일상이 되어 간다. 언제까지 이런 주말을 계속 보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손님이 없어 고통을 당하는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이런 고민도 사치일 거라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친다. 그래, 다시 참아내는 거야!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코로나가 불러온 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갈지 궁리한다.

코로나 때문에 바뀐 우리 일상의 변화 중 하나로 지난 칼럼에서는 폐기물 문제를 다루었다. 주말마다 아파트 단지에 가득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코로나보다 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점을 지적한 칼럼이었다. 실제로 폐기물이 그렇게 늘어나는데도 뉴스에서는 이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코로나라는 눈앞의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하여 바뀐 것은 이런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 크게 깨닫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재발견이다. 예전 같으면 주말에도 각자 자기들 일로 바빠서 함께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지겨울 정도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제된 시간이 내게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가 내게 준 조그만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강제된 집콕 생활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첫째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바로 식사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외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제 꼼짝없이 요리라는 것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물론 가정주부인 내 아내가 있지만 그 많은 식사를 다 아내가 준비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예전처럼 차려주는 밥상을 고상하게 마주하면서 반찬 타령하는 것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아침은 무얼 먹나 고민해야 했고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이 순식간에 닥쳐왔다. 이렇게 식사를 직접 준비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이제는 이것이 묘하게도 나에게 새로운 행복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묘한 일이다.

집에서 하는 식사가 내게 준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요리의 즐거움이었다. 강제된 요리가 이제는 즐거운 요리로 변신한 것이다. 밥을 지을 때 올라오는 향긋한 쌀의 냄새와 찌개를 끓일 때 나는 보글거리는 냄비의 소리가 참으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재료를 사고 이 재료를 씻고 다듬는 그 작업이 고통스런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일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주말이 되면 가족들 데리고 밖에 나가 식사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각자는 자기의 휴대폰을 보면서 따분한 기다림을 불평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가족 모두가 자기의 휴대폰을 보고 따분해할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밥을 먹기 위해서는 스스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하는 식사가 내게 준 또 다른 변화는 바로 가족들 간의 협동심이다. 세 명의 아이를 포함하여 다섯 사람의 식사를 며칠 동안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 간의 분업은 필수이다. 먼저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가를 구상하면 마트에 가서 요리의 재료를 사오는 일, 재료를 씻고 준비하는 일, 요리하는 일, 상차리는 일, 설거지 등 일련의 작업이 기다린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한 사람이 할 수는 없다. 이 또한 강제된 분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강제된 분업이 오히려 가족 간의 협동심을 좋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요즘 깨닫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식사가 끝나면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식사의 뒤처리를 위한 역할분담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이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놀이가 되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집안정리도 잘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다 같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밥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식구들의 모습을 볼 때의 안도감과 즐거움이다. 그리고 내가 애써 준비한 나물을 먹으며 맛있다고 웃어대는 아이들의 얼굴이 무엇보다도 큰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여기에 막걸리나 와인을 한잔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리고 저녁 뉴스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이렇게 함께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보내는 그 짧은 저녁식사가 코로나가 내게 준 가장 큰 의외의 선물이다. 그리고 코로나가 물러나더라도 계속해서 지키고 싶은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다. 그리고 이것은 공짜로 오지 않는다.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변화되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시대, 코로나를 역으로 이용하여 우리 모두 이러한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분투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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