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중국은 왜 자꾸 ‘김치 종주국’이라고 우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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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12-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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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가 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든 디지털 포스터에 "빨갛다고 다 중국의 것이 아닙니다. 김치는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 지 한 달여만인 30일 또 다시 한국에 시비를 걸어왔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90%는 중국산”이라며 “중국 농가가 한국 가정의 식탁과 요식업을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 제조 방식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승인을 받아 ‘국제 표준’이 됐다면서 중국의 인가 획득으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고 기사를 실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제정한 것은 파오차이(중국 채소절임)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중국이 왜 자꾸 김치 도발에 나서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90%는 중국산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난해 기준 김치 수입량은 30만6500톤인데, 전체 수입물량의 99%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식자재를 선호하는 외식·급식업체들이 늘면서 국산 김치의 3분의 1 가격인 중국산 김치가 국내식당들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글로벌타임스의 보도처럼 “중국 농가가 한국 가정의 식탁과 요식업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중국에서 수입해온 김치는 대부분 식당에서 쓰인다. 이는 우리 전체 김치 소비의 3분의 1정도 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가정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가정에서 김치를 만들어 먹는 김장 문화도 있지만, 중국산 김치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다.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해외 식품제조업소 현지실사 결과, 중국은 127곳 가운데 24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중 가장 문제가 많은 품목은 김치로, 45개 제조업소 가운데 14곳의 위생상태가 부적합했다. 특히 7개 업소는 위생상태가 매우 나빠 수입이 중단됐다.

국회는 지난 3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수입김치에 대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중국은 왜 자꾸 김치 도발에 나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효식품인 김치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특히 지난 5월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에서 ‘김치가 코로나19에 따른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김치 수출액은 1억3152만달러(약 1440억원)로 집계됐다. 12월 실적을 빼고도 지금까지 역대 최고치였던 2012년 1661만달러(약 116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산 김치를 밑반찬으로 주는 식당을 찾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으로 김치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5배가 넘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게다가) 코로나19로 세계에서 김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이 ‘김치 종주국’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파오차이, ISO 승인은 ‘국제표준’이 아닌가?

=식품 관련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있다. 코덱스는 180여개 회원국이 참여해 국제 식품 규격, 지침, 실행규범 등을 정하는 곳이다. 여기에서 인정받으면 각국에서 식품을 관리할 때 일종의 지침으로 적용할 것을 권장한다. 최근에는 국제 간 공통 적용되는 식품 규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의 김치는 2001년 코덱스에서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김치 도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일본에서는 ‘기무치(김치의 일본식 발음)’가 원조 김치라고 주장하며 코덱스에 등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생겼고, 2001년 코덱스 등재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이 파오차이를 등재한 ISO는 민간기구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7년 만들어져 165개 회원국이 있지만 공식 관습 기구는 아니다. ISO에는 김치가 등록돼 있지 않다.

-기무치·파오차이와 같은 일을 막으려면?

=지역별 김치 종류가 1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일반적인 종류만 따져도 포기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등이 있다. 파오차이는 배추김치와 성격이 다르지만, 우리나라 김치의 한 종류인 물김치와 겉모습이 비슷하다. 이웃나라들이 비슷한 상품을 내놓으며 ‘김치 종주국’이라고 우기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코덱스에 등재하는 김치의 종류를 다양화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동필 전 농식품부 장관은 “제2·3의 기무치와 파오차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김치를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종류의 김치를 코덱스에 등재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프랑스의 와인처럼, 스페인의 하몽처럼 우리나라 김치는 정말 크고 중요한 사업이다. 주목받고 있는 이때 ‘한국의 김치’로 세계에 알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고급화와 보급화(식당타깃)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비싸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의성 마늘과 대관령 배추 등을 넣어 품질을 고급화하고, 코덱스에 등재한 후 이를 홍보해야 한다. 품질 개발엔 연구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홍보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이 정부가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식당을 타깃으로 저렴한 김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유통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국내 김치를 쓰는 식당에는 ‘국내 김치’를 사용한다는 공식 인증패를 붙이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소비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치를 사서 먹는 사람이 있고 만들어 먹는 사람이 있다. 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소비실태조사가 우선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치를 만드는 기업에는 풀무원, 대상 등 큰 기업도 있고 영세업체도 있다. 제조과정과 원료조달 방법 등 공급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김치 산업 총괄 기구는 있나?

=김치 산업은 농식품부와 식약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세계김치연구소 등이 관여돼 있다. 농식품부가 총괄 역할을 하지만, 김치 산업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최근엔 김치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김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원료 파종부터 생산·유통·홍보·수출·소비촉진까지 전담하는 기관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김치 수출은 일본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젠 미국과 유럽으로도 확대하고 있다”며 “김치 산업이 탄력을 받고 파오차이 등과 같은 사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진흥원이라는 총괄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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