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논쟁] ① '고질라' 된 연준…"언제든 금리 밟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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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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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경기부양 의지에 美 국채시장 혼란

미국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가열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0.2% 올랐다고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0.1%를 웃도는 것이다. CPI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 올랐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에는 아직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면 당분간 목표치인 2%를 초과하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이후 시장의 인플레이션 논쟁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 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거대한 연준에 눌린 미국 국채 금리 

연준은 팬데믹 이후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공포에 빠진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미국 국채를 빨아들이면서 시장에는 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꿈틀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고삐 풀린 돈으로 경기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물가가 올라갈 조짐이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물 국채와 물가연동채 간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BER이 급등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도 미국 국채 금리는 여전히 눌려있다. 백신의 개발과 미국의 재정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년물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1% 미만이다.

연준이 장기 금리 하락을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 때문에 수익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연준 정책 때문에 국채 투자자들은 경기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채 수익률 상승 베팅을 피하고 있다"면서 "연준의 비중이 지나치게 늘면서 국채 수익률은 더이상 경기 전망 혹은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연준이 물가상승률이 2%가 넘더라도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은 국채 수익률의 슈팅을 막고 있다. 연준의 이같은 '신호'가 없었다면 10년물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이미 1%를 넘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연준이 경기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에 수익률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시장은 채권 매입 정책 관련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매입하는 채권의 만기를 장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부양책 합의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캐피털의 패트릭 리어리 수석시장전략가는 "FOMC를 앞두고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설 수 밖에 없으며,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지난 수개월 동안 투자자들은 국채 가격은 하락했다가 또 다시 반등한다는 것을 계속 봐왔다. 

연준에게 국채 수익률 상승은 양날의 검이다. 높은 수익률은 경제 회복의 신호일 수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장기 대출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을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옵션이다. 

R.W프레스프리치의 래리 밀스타인 이사는 “연준의 채권 시장 개입은 좋은 이론이다. 그러나 동시에 의도치 않았던 여러 결과를 내게 된다"면서 "연준은 지금 방 안에 들어온 거대한 고질라와 같다. 만약 시장이 원한다면 언제든 국채 수익률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세를  반영해 국채 가격이 하락하며 수익률이 올라도, 연준이 다시 대규모 구매에 나서면 국채 가격은 다시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연준의 채권 사들이기, 얼마나 더 오래? 

시장의 관심은 도대체 연준이 얼마나 더 오래 국채 사들이기를 이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경우 낮은 고정금리를 가진 채권투자자들의 손해는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지게 된다. 주식 시장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질 수록 주식시장의 혼란도 커진다. 

데이비드 비안코 DWS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람들은 안정적 인플레이션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으며, 시장도 안주하고 있다"면서 "(물가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이러한 자신감이 흔들릴 때 시장에는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의 혼란은 저금리에 의존하는 채권 시장에만 미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과 올해 1분기까지는 연준의 국채 매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대형 투자사들도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신중한 모습이다. .

백신과 재정부양책들을 고려했을 때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 맞지만, 단기간 내 연준이 국채 매입을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양책마저 오랜 진통을 끝내지 못할 경우 연준이 국채 매입을 늘릴 가능성마저 배제하지 못한다. 이렇게 될 경우 국채 수익률은 다시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연준이 추가적 완화 정책을 연말과 연초까지는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바클레이즈의 케빈 월터 글로벌채권부문장은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는 내년 1분기 정도에는 연준의 정책 방향이 다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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